제목 | [사제의 일기]* 내 영혼의 날개.................이창덕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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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혜경 | 작성일2006-02-23 | 조회수887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그날, 내 가슴은 심장처럼 작았다. 견진성사를 준비하면서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자 했다.
늘 늦어지는 교우들이 있기에 '코리언 타임'을 적용하였다. 각 공소를 몇 차례 방문하여 부탁했더니 어떤 회장님이 "일찍 가면 될 것을 신부님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느냐?"고 했다.
무안해진 마음으로 돌아 오면서 '혐오와 전율이 내 몸을 뒤튼다 할지라도.. 이런 생활이 사제 생활이지' 하고 생각했다.
견진성사가 있던 날, 모두들 일찍 왔는데 바로 그 회장님의 공소 신자들만 오지 않았다.
"워낙 공소가 멀어서....., 주교님, 30 분만 연기해 주십시오." 이 청은 받아들여졌지만, 30 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아 견진성사는 시작이 되었다.
견진성사가 거의 끝날 무렵 성당 뒷편에서 지금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안 된다는 손짓을 했다.
견진성사를 무사히 마친 후, 지친 몸 가쁜 숨도 돌릴 새 없이 아픈 소리를 들었다. "저 신부 떠나기 전에는 성당 안 다닌다."는 회장님의 말씀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리없이 다가오는 연륜의 발자국이 나를 표적으로 삼았는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이튿날 저녁, 20 리가 훨씬 넘는 그 공소를 오토바이도 타지 않고 걸어서 갔다.
소주 한 병과 오징어를 들고... 그 분 앞에서 무릎 꿇고 빌수 있는 힘을 달라고 묵주기도를 하면서... 젊은 사제의 이 패기를 조금만 죽여달라고....
안방에서 소주 한 병과 오징어 한 마리를 가운데 놓고 진땀을 흘리며 용서를 청하는 예식을 했다.
기도 덕분에 무릎도 단정히 꿇을 수 있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빌고 있는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용서를 받고 나오는 내 가슴엔 피멍이 든 것 같았다. 저녁 별빛과 슬픈 바람이 내 핏줄기 속으로 스며 들었다. 그러나 . .
내 영혼은 날개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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