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애님의 글에서 빌려온 사진입니다.
주님,
"덕으로 투병하라" 는 어떤 분의 말을 듣고
막다른 삶의 골목에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하여
커튼을 제쳤습니다.
모든 것이 신비로운 자태로 다가와
억지로 외면하며
무궁의 신비를 침묵으로 담고 있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거기엔 내 최선의 사랑을 걸었던 님이 보일 것 같고
새 생명을 찬미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어설픈 삶이었고
추스려 내려앉은 삶을 가꾸기엔 벅찼습니다.
기실 모두를 위한 산 제물이 되고자
마음 가득히 담아 놓은 주님께 향한 사랑은
늘 나의 굴레였고..
사제로서 이 굴레를 쓰고
한 인간으로서
이 굴레에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한 인간인 '나'와 사제로서의 '나'와의 싸움에서
결국 하나의 '나'는 패배를 맛보며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인 '나'가 패배할 때면
가슴 깊숙이 숨겨진 사랑의 어둔 발길을 밝히기 위해
내 가슴을 태울 심지를 마음 한구석에 심으며
또 새로운 사제로 우뚝 섰었습니다.
주님,
이제는 어렵게 퍼내리던 사랑이란 말은
침묵에 묻겠습니다.
그저 한 낮에 가쁜 호흡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심에
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
결실 없는 새 삶의 흐름을 지워내시라면
그 부르심에 응답의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삶의 종지부를 찍을때까지
사제로서
비척이지 않게
도우소서!
*** 정정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