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18 사순 제2주간 토요일
미카7,14-15.18-20 루가15,1-3.11-32
"자비하신 아버지"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오늘 새벽, 독서기도 시 시편135장 매절마다 되풀이됐던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자비하신 아버지’, 이게 우리의 하느님에 대한 정의입니다.
우리의 허물을 용서해주시고,
우리의 죄를 못 본체 하시는 분,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자애를 베푸시는 분,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자비하신 하느님을 영원히 찬양하는 것이 우리 수도자의 기쁨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의 모습, 오늘 복음을 통해 참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장면, 마치 교회 가정 공동체의 축소판 같습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로 대변되는 큰 아들 같은 신자들과
세리들과 죄인들로 대변되는 작은 아들 같은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교회 가정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매일, 아니 평생을 규칙에 따라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우리들,
혹시 큰 아들 같은 수도자는 아니겠는지요?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주시는군요.”
이게 소위 잘 산다고 자만 자부하는 이들의 속마음입니다.
일견 공감이 가는 큰 아들의 항의 같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와의 친밀한 인격적 관계가 아니었음은
그의 무자비한 마음을 보아 단박 알아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아버지의 종처럼 산 큰 아들입니다.
작은 아들은 회개하여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만,
큰 아들의 회개가 참 문제입니다.
잘 산다고 자만하는 이들의 회개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회개하여 진정 아버지의 아들이 된 작은 아들,
아버지의 자비하심을 절절히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회개와 용서를 통해
자비하신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워 지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아버지,
지극한 인내의 사랑으로 철부지 큰 아들에게 호소합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큰 아들의 회개를 기다리는 자비하신 아버지입니다.
과연 나는 큰 아들 쪽입니까?
혹은 작은 아들 쪽입니까?
어찌 보면 내 안에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공존하는 지도 모릅니다.
교만하여 무자비할 때는 큰 아들 같고,
겸손히 뉘우칠 때는 작은 아들 같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와 겸손으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을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6,36).”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