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다스릴 길 없어 터뜨리고 싶던 꿈들이었습니다.
깊숙이 여며 키우기 위해,
그토록 가슴을 문질러대던 그 소망들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욕망때문에
체념의 사고를 둘러쓰고 앉아,
당신의 새로운 부르심에 귀기울이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주님,
오늘 제게는
저 어린이들 처럼
기다려야 할 내일이 없습니다.
때묻은 영혼으로 하늘 우러르면
어리던 가슴이 마냥 그리워 집니다.
그래도 늘 당신의 축복이 지키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며
흩어진 제 소망을 모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숨결을 통해 전해지는
당신의 체온이..
오늘따라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이 미사 시간이 제게는 너무 보배로워
거기에 쏟는 정열이
영혼의 막바지 질주로 헐떡이고 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자,
3 학년의 한 어린이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습니다.
봉헌 예절이 시작되자 그 어린이는
왼손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연신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레 백원짜리 동전을 바치고 들어갑니다.
그 어린이의 모습은
성가 가사대로..
봉헌금을 바치기 위해 사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어
자랑스러운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이리저리 떠밀려 제대앞까지 와서는
헌금 바구니를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복사들이 저지하자
5 백원 짜리이니 4 백원은 거슬러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사와 입씨름, 몸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당당히 거스르겠다는 그 어린이의 용기는
당신이 주셨으리라 생각하며
4 백원을 거슬러 주었습니다.
육신의 정신과
봉헌하는 마음의 갈등 앞에서 택한 결단은
대단했습니다.
주님,
비록 과부의 헌금처럼 전부를 바친 것은 아니지만
5 분의 1 입니다.
저도 당신 앞에 당당하지 못해서
이리 피로가 겹쳤다고 생각하며
하루종일 이 삶의 피로를 말끔히 씻었습니다.
어린이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
때묻은 마음은 비껴가고
그 기도에 동화됩니다.
주님,
고집과 자만이 마목처럼 굳어진 한 어린이의 아버지에게
당신의 간섭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들이 돌아간 후,
한 여자 어린이가 텅 빈 성당에서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어깨를 어루만졌더니
와락 매어달리며
목매임에 진정시킬 수 없는 흐느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어버이 날에
아빠를 기쁘게 해드린 후,
아빠의 손을 잡고 성당에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그 손을 뿌리치며
"너는 부처님께 빌어서 태어났으니 이제는 성당에 다니지 말라!"
호통을 치더라는 것입니다.
이제 어쩌면 좋으냐 하면서,
성모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신부님, 예수님은 제 기도를 들어주시겠지요?" 라는
그 흐느낌은
당신을 사랑하다가 지쳐가는 가냘픈 보챔입니다.
아니, 몸부림.. 매달림이었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로써
갈증을 느끼는 영혼들을 축여 주시곤 하는 당신은
마음 여위고.. 주름진..
그 어린이의 아버지를 불러주셔야 하겠습니다.
주님,
사제의 행로에서 숨을 가다듬노라면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그늘진 자락을 움켜쥔 한숨소리가..
크게 교차되고 있습니다.
그저
증오와 불신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나
당신의 사랑이 넘치는 곳, 그 어디에도 기울일 수 없는
가난한 영혼에게는...
당신이 어루만져 주시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간섭이 필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