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제의 일기] * 봉숭아 물 . . . . . . . . . . . 이창덕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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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혜경 | 작성일2006-03-21 | 조회수69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싸리나무 울타리 옆 봉숭아 꽃이 빨갛게 물들 때면..
납작한 돌을 깨끗이 씻어 그 위에 봉숭아 꽃과 그 잎파리를 놓고 백반을 넣어 짓찌어 새끼 손가락에 찬찬히 동여매어 주던 어머니의 미소가 떠오른다.
사랑과 침묵의 언어로 가득찬 어머니와 아들의 행동이 따스한 초가을 볕에서 무르익었다.
어느 모임에서 매달 한 가지 숙제를 주고 숙제를 실천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숙제를 하던 중, 문득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생각하고 이달만은 새끼 손가락에 메니큐어 대신 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자고 했다.
물론 나도 매달 숙제를 해 왔으니 봉숭아 물을 들여야만 했는데...
매일 영성체를 해주는 손에 무슨 재주로 봉숭아 물을 들일까?
그러나 하느님의 지혜는 어찌 그리 묘하신지.. 난 손가락 대신에 발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여 숙제를 훌륭히 해냈다.
한 달이 지나고 숙제 검사를 하던 날, 자신들과 자녀들의 손톱에 어머니들의 흐뭇한 전경이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내적 생명의 무한한 사랑, 봉숭아 물을 들인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모두 쏟아부어 세상을 빚어내는 그 사랑의 빛갈..
결코 지워짐이 없고 닳아 없어져야 사라지는 사랑의 봉숭아 물이 점점 어머니와 어린아이들 손가락에서 헌신적 사랑의 얘기로 오고 간다.
이 빨간 물을 손톱에 들이는 작은 행동이 인류를 부추기어 하느님의 사랑을 심어 주리라.
성체를 받아 뫼시는 빨간 손톱들이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더욱 짙게짙게 번지기를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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