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제의 일기] * 임종주례 . . . . . . . . . . . 이창덕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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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혜경 | 작성일2006-03-23 | 조회수1,028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인생은 애써 힘들여 돌을 다듬고 갈아 한 인생을 형성하여 완성하는 하나의 채석장이다" 라는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 삶의 완성은 삶의 마무리인 것이다.
죽음에 임박한 한 젊은 이가 신부를 찾고 있는데 그는 오랫동안 냉담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저물어가는 삶의 완성을 지켜 보아야 하는 사제의 직무는... 무거운 십자가 이다.
삶의 최후를 장식하는 도구가 아니라 전혀 경험이 없는 세계로 귀환하는 한 영혼의 평화를 위해 주례하는 사제이기 때문이다.
죽음 을 목전에 둔 그 젊은이는 살려달라고 의사를 청하다가 잠깐 침묵을 지킨 후.. 의사대신 신부를 불러달라고 했단다.
그는 삶을 다듬고 갈아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 의무를 이행한 사람이 아니고 생활의 단조로움에서인지 방탕한 생활을 했다.
놀음, 술 등으로 모두 그를 보면 눈쌀을 찌푸려야 했다. 방 안을 들어서니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분다.
죽음으로써의 이별은 아픔의 깊이도 없는가? 황혼 저 너머엔 아직 파란 빛이 남아 있지만 몸은 여유 없는 시간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살 수 있다는 희망은 구겨진 쓰레기처럼 어데로인가 내 던져질 절망만이.. 가족들의 흐려진 눈빛에 매어달려 있었다.
삶의 목표가 달성이 아니라 추구하며 아프게 노력하는 것인데 전혀 아빠와 남편 노릇을 하지 못한 그가..
사과의 말 대신에 마지막 안간힘을 써가며 내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이다.
아 - - - 그는 영적 고통과 번민의 순간을 마지막으로 맞아들이고 있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삶의 기준에 서게 된 그는 "영혼이 있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 대답 대신 "지금 몹시 두렵습니까?" 라고 물었고 그는 "몹시 두렵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제 두렵지 않은 삶을 향해 지금 겪어야 하는 고통이 바로 영혼임을 설명하며 무한하신 하느님의 자비 앞에 안기는 것이 삶의 완성임을 성심껏 설명했다.
그는 이 대지의 삶을 마지막으로 즐겨 맡은 후 눈을 감았다. 평화로운 미소와 한 줄기 눈물을 남기고서. . .
숱한 방랑의 시간과 관계없이 용서하실 하느님께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한 이 죄인은 당신 책임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숨을 거두기 전, 몇 번인가 쳐다보던 그 십자가를
나도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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