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그러니까 소외와 고독은,
사람들 속에 섞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잘 지내려고 하면 할수록,
절실하게 다가오는 감정일 수 있다.
그러므로 한 번도 소외된 적이 없고
외로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어쩌면 한 번도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고,
또한 외롭지 않다는 말은
언제나 관계성 형성에 실패한 사람의
자기 변론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어우러짐과 연대는
내가 하느님과 분명히 연대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내 안에 형성된 하느님의 복음화가
다른 사람을 함께 어우를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발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내 힘으로 타인과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연대하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이
나로 하여금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대항해야 할 진정한 적은
준비되지 않은 무능함도,
반대로 말미암은 폭력도,
그로 인한 소외와 고독에 대한 두려움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 하느님과 함께 살지 않는 자세,
하느님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방자함,
나 홀로 내 식대로 살고자 하는 만용,
그런 지나치게 위험스런 자기도취이다.
++ 김혜윤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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