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따라 님 오시는 날 / 레오나르도
동그란 빗방울 원을그리고 사선으로 미끄러지면 달팽이 지났을 자국
구불구불한 길 건너 하얀 꽃 흩뿌려지는 늘어진 강이 보입니다
봄 바람 속에서 옥성으로 오시는 님의숨결에 바르르 떨면서
뜨겁게 퍼지는 하얀 머리 속
습기없는 발에서 위로오르는 미미한 감전
저는 얼마동안 꼼짝못하고 님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눈가의 물안개로 바라 볼 수 없어 얼굴돌리면 만개한 매화
저를 고처세우고
저는 넋이빠진 허수아비 되어 그냥 서 있을 뿐입니다
주시는 하루가 아름답고 기쁨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
발에채여 흩어진 조각들이 아파 할 때마다
님은 맑간선혈 흘리시며 하얗게 하얗게 빈혈앓는 평온하신 모습이시고
빳빳한저는 더 어찌 지탱못하고 님앞에 무릎꿇고 맙니다
떨리는 손으로 가시관을 씌우고 붉은 죄 님께 옷입힙니다
걸어가실 새길 깨어진 모난 돌 눕지못한 거친 흙 사이 돋은가시
반백년 쌓인 슬픔이 님 기다립니다
용서라는 님의 맨발에서 쏟으실 핏물고인 발자국에서 제 가슴으로 살아나
얼마를 더 아파야 할런지 저는 모릅니다
오시는 님 환장하도록 기쁜데 눈물인지 봄비인지 알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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