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 묵상 - 사진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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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06-04-22 | 조회수680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사진 묵상 = 사진사 이순의
놀이터에 놀러 나오신 어른들께 사진 견본을 보이며 영정 사진을 잘 찍어 드리겠다고 권하는 사진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작은 디카의 출현을 보더니 이내 자리를 뜨셨습니다. 얼마나 미안하든지요?! 얼마나 아까운 풍경이든지요?! 옛날에 나 어렸을 적에 시골 읍내 장터에 가면 간이 의자를 놓고 앉은 저런 모습의 사진사가 항상 그 자리에서 먼길 나오신 노인들의 영정 사진을 찍어주던 모습이 있었는데......
첨단의 시대를 사는 서울 강남의 한 복판에서 사진을 파는 뜨네기 사진사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그때 그 시절이라는 장면을 목격하는 듯 하여 반가웠습니다. 단정한 옷차림도 같고 가슴에 찬 카메라와 짊어진 검정 가방도 같고 멋져보이는 하얀색의 중절모자는 더욱 똑같아서 향수(鄕愁) 냄새가 진동을 하고 진정한 진품은 손에 든 저 견본의 사진들이지요.
미리서 알고 디카를 숨겼더라면 저 사진사의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금새 자리를 떠나시는 모습에 제 마음이 너무 아까웠구요. 또한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저 또한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볼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에 놀이터를 지나가야 했고 그 날에 그 시간에 그 놀이터에 저 사진사가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진짜 프로 사진사에게는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저는 가짜 아마추어 사진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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