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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랜 만에 다시 갔던 봄 소풍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6 조회수630 추천수8 반대(0) 신고

오랜 만에 다시 갔던 봄 소풍

 



지난 월요일에 신성 여고 1학년 학생들과 함께,

17년 만에 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이 신부 때문에, 신성여고 학생들이 남자 보는 눈이,

  낮아지는 것 같아 큰일이다.’

는 말을 선배 신부님들께 많이 들었던 터라,

제가 갖출 수 있는 최고의 패션을 하고, 운동할 때는 물론,

밭일 할 때도 쓰지 않던 모자까지 쓰고 갔습니다.

그런데, 너무 멋에만 신경쓰다보니,

옷을 얇게 입고 가서 다시 감기가 도졌습니다.

지금도 정신이 하나도 없고, 죽겠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의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소풍은 저희 때와는 달랐습니다.

소풍의 묘미인 반 대항 장기자랑 같은 것은 없었고,

주로 체험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출 랜드에 갔는데, 일출 랜드에는 도자기 체험 학습장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찰흙으로 탱크를 만들어 본 이후로,

처음인 저에게는 퍽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컵을 만들었는데,

저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성작을 만들었습니다.

일반 컵과는 달리, 귀중한 작품인지라 종이에 모형을 그려놓고

만들기를 시작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저의 미술 점수가 ‘가’였다는 것을 잊지 않았지만,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긴 한숨과 함께 그저 앞에 놓인 찰흙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들은 조언을 토대로 시작하여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손들기를 10번 이상 했습니다.

저 때문에, 선생님께서 무지 짜증났을 것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온 정성을 다해 성작과 성반을 완성했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며, ‘내가 뭘 이렇게 열중을 해서 만든 적이 있었나?’

는 생각과 함께 내 생애 처음으로 만든 작품인지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기에 그 만큼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 역시, 저와 똑같은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고,

나름대로 최선의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한 달 뒤에 보내 준다고 하니,

그 때 제가 만든 성작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볼품없다며 웃지 마세요.^^

체험 학습을 마치니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를 하였습니다.

예쁘고, 모양 좋은 모습으로 도시락에 담겨 있는,

김밥들을 돌아가며 뺏어먹다 보니,

손수 정성스럽게 김밥을 싸주신 어머니들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일반 분식집에서 파는 김밥과 똑같이 보였지만,

학생들이 싸고 온 도시락에는 분식집에서 파는,

김밥 속에는 없는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 자녀가 먹을 음식이다.’는...

어머니들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도시락을 보는 순간 그런 어머니들의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성작을 만들 때, 최선을 다했듯이, 어머니들 역시,

자녀를 위한 김밥을 마련할 때, 정성을 다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준비했을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정말 하느님께서는 이 말씀처럼, 우리와 이 세상을 사랑하실 것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도 무엇을 만드는데 온 정성을 기울이며, 사랑의 마음으로 만드는데...

자녀들의 식사를 준비할 때 정성과 사랑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데...

우리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야 오죽하시겠습니까?

늘, 우리에게 좋은 것을.. 더 좋은 것만을 주시려하시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좀 비틀거리거나, 어둠 속에 있을 때, ‘정신차리거라!

그렇게 어둠 속에서 방황하지 말고, 네가 걸었던 빛 속을 걸어가거라.’

라는 말씀으로 함께해 주십니다.

우리가 자녀들의 아픔을 보며 아파하듯이...

우리가 자녀들의 그릇된 모습을 보며 속상해 하듯이...

우리가 자녀들을 위해 온갖 정성과 모든 사랑을 다 기울이듯이,

그렇게 우리를 위해 애쓰십니다.

아니, 그보다 더 아파하시고, 속상해 하시고, 사랑해 주십니다.

쉽게 많은 것을 잊으며 산다 하더라도, 이 사실 하나만은 잊지 맙시다.

하느님께서 외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신 이유가,

이 세상을 사랑하셨기 때문임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빛의 모습이든, 그림자의 모습이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가톨릭성가 128번 /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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