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늘로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당신, 우리 바오로에게 | |||
---|---|---|---|---|
작성자유낙양 | 작성일2006-04-27 | 조회수512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안녕? 겨우네 춥진 않았을까? 걱정했었는데 요즘은 따뜻한 봄날이라 안심이 되네요. 내 곁에 있어 줄 땐 왜(?) 당신이라던지, 여보라던지 그 아름다운 호칭을 쑥스럽다고 한 번도 못 불러 보았을까?
늘 자상하기만 하고 내가 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편이 되어 주었던 당신이 무척 보고싶어요. 막내로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너무 잘 해 주기만 해서 지금은 혼자 살아 가기엔 솔직히 많이 힘이 들지만, 당신이 그동안 내게 심어준 순수한 사랑이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정말 그런 것 같아... 정말 그래.. 정말야..
울지 않으려고 단단히 맘을 먹었는데 벌써 부터 눈물이 나네.. 어쩌지? 조금있으면 안드레아도 들어 올테고, 저기 안방에는 엄마와 언니도 계신데 ...
그래도 난 당신 있을 때처럼 늘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려고 많이 노력한다우.. 아니. 아니다.. 밝게 살아가고 있으니 아무 염려하지 말아요.
이 세상을 당신 한 몸으로 다 채웠던 것만은 아닌데도, 늘 텅빈 세상 같지 뭐야.. 매일 매일 당신 생각에 때론 아쉬움이 많고 잘못한 일도 많기만 한데 매일 미안해 하고 있으면서도 우리 당신 바오로는 마음이 산더미처럼 크니까 끝내 나를 예뻐 해 줄꺼야..그치?하면서 당신의 빽을 믿는답니다.
거실을 지나다 당신과 나란히 앉아 TV를 봤더래서 그럴까? 때때로 쇼파에 당신이 앉아있는 것 같기도하고 밥을 먹으려고 부엌에 가면 식탁에 앉아 힘들어하던 당신이 환상으로 문득 문득 보이곤 하네요.
먼길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이라도 화를 내주지 그랬어요.. 어쩌자고 몇년을 그렇게 아프면서도 짜증 한 번 내보지도 못했어요? 정말이지 우리 남편 참으로 바보이네..
사랑하는 당신,, 여보야~~ 내 걱정 하나도 하지말아요.. 아이들 걱정도 하나도 하지 말아요.
당신도 알고있죠? 당신 아들 야고보가 아이아빠가 된다네요.. 늘 아빠이야기를 하면서 진작 장가들어 일찍 애를 안겨드릴 껄 그랬다고 안타까워 한답니다. 그러면 난 그러지... 아빠가 계셨으면 엄마보다도 며느리를 더 사랑할꺼 같아 안된다고.....
난 언제나 당신이 먼 여행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 내 곁을 아주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딱 한가지... 당신이 나와 두 아들한테 사랑 남겨주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늘 사랑타령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얼마나 좋아? 당신도 내가 마음 약하게 지내는 것 싫어하잖아요? 늘 나의 씩씩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칭찬 해 주었잖아요?
당신 생각나지? 항암치료 받을 때 내가 위문 공연 해 준다고 당신 앞에서 노래부르며 엉덩이 쌜룩 쌜룩 거리면서 춤 추어 주었던 것... 지금도 가끔 그 짓을 잘해.. 당신이 늘 재미있어 했기에...
사랑하는 당신. 우리 여보야~~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그렇게 떠나는 날 마지막까지 당신 손을 붙잡아 주지 못해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요. 수술실에 들어갈 때 내가 없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 무척 괴롭답니다.. 한동안 미칠 것만 같았어.. 하필이면 그 시간에 난 딴청을 하고 있었는지...
당신이 간 후 난 당신의 소중했던 묵주를 발견했지요. 나랑 같이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했던지 매듭묵주가 당신의 손길에 닳아 끊어져 있더군요.. 내 보물이야.. 야고보, 안드래아. 그리고 당신과 당신이 그리 애처로이 기도했던 끊어진 묵주가...
내가 뭐길래? 그렇게 아프면서도 날 위해 끊임없이 기도를 했을까? 고맙고 또 고맙지요. 이 세상에서 당신같이 착한 사람은 못 보았다고 하시던 송신부님 말씀이 정말 듣기 좋아요. 그 소리 들을 적마다 난 어깨에 힘을 주게 된다오..
우리 사랑하는 당신이 있었기에 지금도 내가 모든이들에게 사랑만 받고 살지뭐야.. 앞으로도 나 열심히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이니까 마음으로 많이 많이 힘껏 밀어주기를 약속해 주기야~~ '새끼 손가락 내밀어봐요.. 자.. 약속...'
앤드류가 회사에서 돌아왔네.. 겨우 두달밖에 안된 새내기가 어른티를 팍팍낸다우... 자기가 내 오빠처럼 날 잘 돌보고 있지요. 내가 요구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있어요. 하는 짓이 꼭 당신을 닮았어요..
앤드류가 잘못 알고 있네.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5월로 알고있더라구요.. 비밀 누출로 이벤트 준비한다는 정보를 알아 냈지요.. 내일이 결혼기념일이라고 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한숨을 졌어요..
저녁에 전화하면 준비하고 있다가 꼭 나오라네.. 맛난 것 사 줄거야.. 내가 당신 몫까지 많이 많이 먹을께요..
하늘나라에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 다 알지? 이만하면 착하게 잘 살고있는 것 맞지요?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때까지 잘 살아보자더니.... 전에 영화배우 크린트이스트우드가 당신보다 더 멋있다고 했던 것 농담이었어.. 당신보다 멋진 남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정말야~~
지금도, 내일도, 모레도 언제까지라도 난 당신을 사랑할꺼예요.
엄마와 언니. 그리고 착한 앤드류가 내 눈에 닭똥같은 눈물 흐르는 것 눈치채기 전에 눈물 닦고 당신마음안으로 쏘옥~ 들어갈께요..
참.. 나 요즘은 무서워하지 않으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내일 꼭 만나~~ 사랑해~~ 안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