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묵상 중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주님의 말씀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주님 부재(不在) 시 두려움과 불안은 더욱 증폭되기 마련입니다.

캄캄한 밤, 큰 바람, 물결 높이 이는 호수 한 가운데를 항해 하는

주님 부재의 제자들의 공동체, 참 위태해 보입니다.

수도공동체나 가정공동체 역시 살다보면 으레 위기는 있기 마련이며,

공동체는 물론 개인의 경우도 심한 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개입하시는

빛과 평화의 주님이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께서 제자들의 공동체의 배에 오르시자 비로소 걷히는 혼란의 어둠이요,

도래하는 안정과 평화입니다.

복음의 다음 묘사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을 배안으로 모셔 들이려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지나고 보면,

그 힘들었던 시절이 어떻게 이리 빨리 흘러갔는지 잠깐처럼 생각되고

벌써 목적지까지 도달했나 하는 감사의 느낌이 든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주님 함께 하셨음을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경우입니다.

주님과 함께 살아 온 이들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바라보는

지난날의 삶에 대한 소감도 아마 이와 흡사할 것입니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는 주님 함께 하심을 믿을 때 이루어집니다.
어려움 중에도 평화가 있고, 고통 중에도 기쁨이 있습니다.

1독서의 사도행전의 공동체가 식량 배급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사도들의 분별이 참 지혜로워 보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역할 분담과 더불어 기도와 하느님 말씀 봉사의 우위를 확실히 하므로

비로소 안정과 평화를 되찾은 사도행전의 교회 공동체였습니다.

새삼 주님을 공동체의 중심에 모시고

하느님의 일인 말씀 선포와 기도를 첫 자리에 둘 때

비로소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도 가능함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도 성체성사의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공동체와 내 마음 안에 들어오셔서 위로와 평화, 용기를 주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