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5 월요일 성 빠코미오 아빠스 기념일
사도14,5-18 요한14,21-26
"성인(聖人)"
장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 살든 성인이 되면 됩니다.
정작 필요한 사람이 성인이고,
성인이 되려는 목표나 욕심은 좋고도 필요합니다.
성인이 있으면 그 어디나 거룩한 땅이 되고 거룩한 공동체가 됩니다. 마침 다음의 글이 적절한 예가 되겠습니다.
얼마 전 주차장 언덕
샛노란 무리를 이루어 핀 애기 똥 풀꽃들을 보고 쓴 글입니다.
“샛노란 하늘 사랑으로
자리 탓하지 않는다 굳이 자리 찾지도 않는다. 그 어디든 뿌리 내릴 땅에 바라 볼 하늘만 있으면 된다.
주차장 언덕 아무도 탐내지 않는 자리 샛노란 하늘 사랑으로 활짝 피어난 애기 똥 풀꽃들! 어둔 아침 환히 밝힌다.”
어둡고 보잘 것 없던 주차장 언덕이 샛노란 애기 똥 풀꽃들로 환해졌듯이,
보잘 것 없는 자리도
성인이 있으므로 거룩함에 빛나는 성지가, 공동체가 됩니다.
성지 있어 성인이 아니라 성인 있어 성지입니다. 성인은 별난 사람이 아니라 참 사람을 뜻합니다.
평생 참 사람이 되는,
각자 고유의 성인이 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여기 성전 안 제대와 주수상,
독서대의 품위 있고 아름답고 편안한 홍송(紅松)처럼
평생 잘 자란 나무들의 이치와 똑같습니다.
은은한 나무 향기에 담백하고 수수한 색깔,
신비롭고 자연스런 나이테의 무늬가
마치 순수한 영혼의 나이테 같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참 좋습니다.
아마 순수한 참 사람의 성인도 이와 같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성인들 안에서 찬란히 빛나시는 주님께 어서와 조배드리세.”
오늘 빠코미오 아빠스 기념일에 성무일도의 초대송 후렴입니다. 성인들은 참 사람의 목표에 도달한,
참 사람이 되는 평생 공부를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들입니다.
참 사람, 성인들 있어 살맛나는 세상입니다. 참 사람, 성인들을 통해 찬란히 빛나시는 주님이십니다.
참 사람이 되면 될수록 더욱 환히 들어나는 주님이십니다. 하느님 없이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참 사람이 되는 길은 오직 하나,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일 뿐입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주님을 사랑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지킬 때,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고, 하여 참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성인들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입니다. 이상한 성인들이 아니라 참 사람인 성인들입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 역시 참 사람의 모델입니다. 자신들의 기적에 신으로 받들려는 이들에게
옷을 찢으며 뛰쳐나가 외치는 두 사도의 다음 말씀이 깊은 감동입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헛된 것들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만드신
살아계신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려는 것입니다.”
사람, 복음, 하느님, 셋으로 압축되지 않습니까?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면,
저절로 자기를 알게 되어 겸손한 사람이 되고,
하느님을 알리는 복음 선포의 일꾼이 될 수뿐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 날 역시 하느님을 잊고 또 자기를 잊어
세상의 헛된 것들에 빠져 사는 이들 얼마나 많겠는지요?
이 목된 성체성사 시간 주님 사랑 안에서 참 나를 찾는 시간입니다. 매일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참 사람인 성인이 되어가는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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