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27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사도18,23-28 요한16,23ㄴ-28
"공선사후(共先私後), 무아(無我)의 삶"
어제는 미사도중 문득,
“아, 미사는 세탁 시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영혼을, 마음을 빨래하는,
이기적 욕심이나 불순하고 나쁜 마음이나 죄를
깨끗이 빨래하는 세탁시간이라는 것입니다.
하여 깨끗한 마음, 무사(無邪)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어느 변호사님의 좌우명이 생각납니다. 공선사후(公先私後),
우선 공인에게 요구되는 당연한 덕목이겠습니다.
매사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개인의 사적인 일은 뒤로 놓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대로 내가 없는 무아의 삶이자 복음적 삶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그러하셨고,
예수님의 삶이나 바오로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사실 공선사후,
공적인 성격을 띠는 각자의 소임에 충실할 때
공동체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공선사후의 삶, 무아의 삶이기도 합니다. 또 역설적으로 자기가 없는 ‘무아(無我)의 삶’은
순수한 사랑, 순수한 마음의 ‘진아(眞我)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말,
하느님은 순전히 자기가 없는 무아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닮을수록 사랑만 남고
이기적 나는 사라져
우리 역시 무아가 되고 진아(眞我)의 나만 남게 됩니다.
1독서 바오로의 삶 역시 공선사후, 무아의 삶입니다. 바오로는 안티오키아에서 갈라티아 지방과 프리키아를 거쳐 가면서
모든 제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었다 합니다.
아폴로 역시 자기를 잊고 오로지 하느님 말씀 전파에 전념합니다.
공선사후,
오로지 주님만 있고 자기는 없는 무아의 삶, 진아의 삶입니다.
자기를 잃을 때 자기를 얻는다는 복음 말씀,
바로 무아의 삶이 진아의 삶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무아의 순수한 마음에서 청하는 기도,
응답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무아의 순수한 마음에서 청하는 기도는 응답되고,
우리의 기쁨은 충만해질 것이라는 주님의 분명한 약속 말씀입니다.
평생 집착함 없이 물 흐르듯 성령 따라 무아의 삶을 사신 예수님이십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아버지에게서 나와,
아버지의 일을 하다가,
아버지께로 공선사후의 삶을, 무아의 삶을 사셨던 주님의 길,
바로 우리의 길이기도 합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를 무아의 순수한 마음으로 바꿔 주십니다.
하여 우리가 청하는 기도, 주님은 들어 주시고,
우리 무아의 순수한 마음을 당신의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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