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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3) 성령 두목 잡으러 / 임문철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06 조회수756 추천수5 반대(0) 신고

 

                                         <제주 중앙주교좌성당: 임문철 주임신부님>

 

"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다. 그러나 자신이 협력하지 않으면 부르심도 소용이 없다."

이렇게 자신의 노력과 의지, 투신을 강조하는 소신학교 생활 탓인지 나는 기적이나 체험은 믿음이 부족한 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업신여겼다.

"토마스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는 말씀은 마치 보고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닌 것처럼 내 안에서 비약되었다.

 

그러기에 성령운동이 성당에서 시작되었을 때, 요란하게 박수치고, 율동하고, 눈물 콧물 범벅되어 하느님 아버지를 부르는 모습이 영 못마땅하였다.

쥐뿔도 모를 것 같은 평신도가 감히 학사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뭐라고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것도, "학사님은 성령 받으셨어요?"하고 묻는 자매님도 살짝 맛이 간 것 같아 내가 신부가 되면 이런 건 싹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날, 평소 존경하던 한 교우분이 자신은 성령운동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나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확신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모든 신학지식을 이용하여 하느님의 인격성이며, 믿음이란 어떤 것인지, 주절주절 삼켜댔더니 그 교우분은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몇 달 후, 서품식을 눈앞에 두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서품 선물이라며 성직자 수도자를 위한 5일간의 성령묵상회 회비 영수증과 왕복 비행기표가 들어 있었다.

"그래, 못 갈 것이 무엇이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거기 가면 성령운동의 두목들이 있을테지."

하며 성령묵상회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첫날 성체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나의 인생을 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시며 당신이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는지를 깨우쳐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잘나고 성격이 좋아서 그 많은 성소의 위기들을 잘 넘겼다고 생각했다.

 

신학교를 제 발로 나오려고도 했고, 쫓겨날 뻔한 적도 많았다.

또 폭행과 군복무이탈로 두 번이나 교도소에 갇힐 뻔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님은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사람을 그 자리에 놓아주셔서 나를 보호해 주시고 무사히 사제직에까지 인도해주신 것이었다.

 

나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나와 함께 있거늘 내가 더 바랄 것이 무엇인가?

그래서 나는 사제서품 기념상본의 성구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

(1요한 4,16)를 택했다.

 

하느님께서는 그 후로도 성령운동 안에서 나를 키워주셨다.

악령 들린 한 여인에게서 악령을 쫓기도 했고, 병명도 모른 채 다 죽어가는 어린애를 멀쩡하게 살리기도 했으며 십 년 동안 아기가 없던 부부에게 아기를 갖게하는 여러 기적의 은사를 주셨다.

신학교에서 성령운동 반대의 선봉에 섰던 내가

이제는 성령묵상회에 봉사하러 다니고 있으니

이또한 성령께서 하시는 기적이 아닌가.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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