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목일기] 화투와 심리치료 /홍성남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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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06-11 | 조회수592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화투와 심리치료
"화투를 쳤습니다, 보속을 주십시오." 이라고 합니다. 마치 온몸의 근육을 다 사용하는 사람이 건강한 몸을 가진 것처럼 말 입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재미있고 값싸게, 그리고 크게 체력소모 없이 자기감정을 다 사용할 수 있는 놀이중에는 화투가 단연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딸 때 짜릿함과 잃 을 때의 속상함 등 마음 안의 온갖 색깔의 감정들이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투는 인생살이의 일부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딸 때가 있으면 잃을 때도 있 다는 인생살이의 냉엄한 현실 말입니다. 그래서 가진 것에 대한 집착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영성적 훈련도 시켜줍니다.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신자분들과 화투를 칩니다. 어 린아이들처럼 웃고 떠들면서 서로가 가진 거리감을 좁히는데 화투만큼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이지요. 축일 날인가 부채를 선물로 받았는데 화투판 말로 '고도리' 그림이더군요. 그것으 로 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서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어떤 이는 화투가 나라를 망치는 도박이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중독된 사람들 이 야기이고, 인생 말년을 정리해야 하는 어르신들께는 화투가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적극적으로 권할 수는 없지만, 대안이 없는 동안은 필요한 것이기에 소극적으로 권하는 바 입니다.
-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상계동본당 주임)
- 출처 / p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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