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따뜻한 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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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07-04 | 조회수741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따뜻한 손
연못 한 모퉁이 나무에서 막 벗어난 꽃잎 하나 얼마나 빨리 달려가는지 달려가다 달려가다 금시 떨어지는지 꽃잎을 물 위에 놓아주는 이 손. 언제나 누구에게나 따뜻한 손,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향기가 오래 그대로 남아있는 손의 신부님을 생각합니다. 꽤 오래전 영명축일을 맞아 선물로 받은 작은 액자에 담겨있는 이 글은 언제나 변함없이 사제관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따뜻한 손.' 사랑의 마음을 담고 맞잡는 서로의 손에선 늘 향기가 난다. 굽은 허리에 한 걸음 내딛기조차 힘든 할머니께서 어려운 걸음으로 다가오셔서 손을 보듬어 어루만질 때나, 오랜만에 만난 형제가 겸연쩍은 웃음을 띠며 손을 내밀 때, 차마 쑥스러워 악수는 나누지 못해도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때의 마음들은 더없이 포근한 사랑의 손길이요 마음들이 아닌가. 미사 후 마당에서 교우들과 짧은 인사를 나눌 때 난 내 자신이 사제라는 것에 대한 작고 소중한 행복을 느낀다. 정직하게 하루를 돌아보면, 늘상 부족함과 부끄러움 투성인지라 감추고만 싶은 나의 삶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안에 사제에 대한 순수하고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만약, 일상에서 다가오는 여리고 초라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떨어지는 꽃잎 하나 받쳐줄 줄 아는 자상함과 누구에게나 전해줄 향기가 내 안에 있다면 분명 그건 내가 만든 작품은 아니다. 내게 사랑의 물을 주고 신뢰의 바람을 안겨주는 수많은 따뜻한 손, 향기로운 마음들이다. 어쩌다 잔기침 한번에도 교우들은 나의 건강을 염려하고 기도하고 혹시 우리 때문에 아프고 지친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피정, 성서공부, 본당행사…등에 조금만 인원이 부족한 듯해도 사제의 사목적 열성(?)을 자신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미안해 한다. 아무리해도 난 그와같은 사제에 대한 교우들의 소나기같은 애정을 따라갈 수 없음이 미안하고 행복하다. 그들의 그런 사랑이 오늘도 교회를 ‘희망’이란 작품이 되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때론 사제인 나만 더 회개하면 된다는 느낌까지 들게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오늘도 교우들은,‘누구에게나 따뜻한 손',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향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사제의 손’을 만들어간다. 그 마음들이 참 고맙고 행복하다. (고백 하나:오늘 아침 굽은 허리로 다가오셔서 남몰래 수단주머니에 넣어준 마리아 할머니의 담배 한 개비를 피우다 이 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 박유진 신부 / 인천교구 소사3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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