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임의 편지
요즘 교회 안에서 '레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
라고 하는 성서 읽기의 한 방법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요즘에 와서 새롭게 알려진 방법은 아닙니다.
예수님 역시 회당에서 많은 이들이 보는 가운데서
성서를 펴 읽으셨고, 그 예수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약 성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이천 년 가까운 시간을 통해 읽혀 왔습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들의 마음 안에
참된 그리스도인의 길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숱한 역경 앞에서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삶과 진리의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음성이 고스란히 담긴 성서 말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내 삶의 한 곳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말씀 하나를
꼭 새겨 보는 것, 이것이 바로 '거룩한 독서' 입니다.
성서를 읽고자 하면 " 성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감히 성서를 읽어요? "
하고 꺼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고는 성서 읽기는 사제나 수도자,
봉사자의 몫으로만 미루어 버리곤 합니다.
만일 그것이 사랑하는 임의 편지였다면
그렇게 미루거나 읽기를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임의 편지를 거부하고 읽기 힘들어한다면,
그 임을 진정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서 한 줄 한 줄은
일상에 묻힌 우리 인간을 일깨우는 귀한 말씀입니다.
성서를 전문적으로 공부한다거나
성서에 대한 배경 지식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참된 겸손과 꾸준하고도 성실한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교만하고 허점 투성이인 사람이지만,
겸손과 사랑을 배우기 위해 성서를 읽습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임의 편지인 성서,
그 중에서도 마르코 복음을 묵상하며
떠오르는 단상들을 모은 책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단행본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은 아니고,
대구 대교구 주보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책 모양이 갖춰지도록
여러 모로 도와주신 < 생활 성서사> 에 감사를 드립니다.
자, 이제 마르꼬 복음과 함께 떠나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떠나실 준비 되셨나요?
- 2003년 6월 프랑스 리옹에서 박병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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