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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하시오 얻으리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4 조회수691 추천수7 반대(0) 신고

                               

 

 

                      "구하시오 얻으리라"


   살레시오의 집은 15년 전 집 없이 떠도는 이들을 모셔다가 돌보는 부랑인시설로 시작했다. 그중 젊은 사람들은 거의 정신지체인들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일반 인식이 아주 낮아 장애아를 이웃들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집안에 숨기고 키웠던 시대였다. 가정에서 지낼 수 있는 형편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돌보아줄 사람 없고, 복지시설에도 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눈물을 머금고 역 주변에 버리고 오는 일이 많았다.


  9년 전 제천역에서 가방하나 달랑 맨 채로 발견되어 살레시오의 집으로 오게 된 경순씨(33)도 그렇게 버려진 장애인인줄 알았다. 가방에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있어 버림받았을 개연성이 더욱 높았다.


  부랑인시설에서 정신지체인 보호시설로 전환하면서 대부분 가족을 찾을 수 있었지만 경순씨는 가족을 찾지 못한 몇명에 속했다. 경찰서에 알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고, 사람 찾는 방송국 프로그램에 신청을 했지만 번번히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했다. 2002년에 다행히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친가족을 찾는 방송이 나가긴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경순씨는 만나는 이들에게 "엄마 찾아 줘! 엄마 어디 있어? 엄마 보고싶어!"라는 말을 반복하고 다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러한 말들을 단순히 정신지체인들의 일반적 특성으로 내용없이 반복하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순씨의 그 집요한(?) 간청은 직원들로 하여금 친가족을 찾는 일을 포기할 수 없게 하였다.


  지난해 12월12일 오후, 살레시오의 집은 술렁거렸다. 전해지는 말들에 서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 너무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귀를 의심해 보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멀리 충남 청양에서 경순씨 어머님과 오빠가 올라오셨다. 힘든 농사일과 근심으로 지내오던 어머니는 깊게 패인 주름에 눈물범벅이 되어 딸을 부여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마음이 진정된 후 헤어진 경위를 말씀하셨다. 9년 전 서울 오빠네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복잡한 종로 거리에서 그만 잃어버려 생이별을 하고 백방으로 찾았으나 여태까지 만나지 못한 것이다.


 경순씨와 가족의 끊임없는 간구와 직원들의 두드림으로 눈물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끈질기게 염원하는 이들의 간청을 들어주시는 하느님! (R)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이동훈(원주교구 살레시오의 집 원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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