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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강급행과 박완행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4 조회수831 추천수11 반대(0) 신고

       

 

                             강급행과 박완행



   아침에 일찍 외출했다가 레지오 교육 때문에 급히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바로 내 앞에는 어떤 두 자매님이 서둘러 가고 있었는데 뒤에 누가 오는지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함께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오늘 교육은 급행인가 완행인가?”

   “완행은 시국(時局) 단식 끝나고 입원했답니다.”

   “워매, 그럼 뛰어야지.”

   둘이서 깔깔대더니만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데 결국은 나하고 셋이서 함께 뛰는 꼴이 되었다.


   뒤에서 뛰던 내가 앞에서 뛰고 있는 자매들에게 물었다.

   “방금 누구 얘기했어?”

   그러자 뒤를 돌아다보며 둘이서 화들짝 놀라는데 그 모습들이 꼭 미운 일곱 살이 사고를 저지르고 어머니 앞에서 짓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지난 2월에 우리 본당에 보좌 신부님이 오셨다. 광주대교구에서 시골에 보좌가 있는 곳은 오직 함평뿐으로서 이는 우리 신자들이 기도해서 얻은 하느님의 축복이었다. 그런데 그 보좌 신부님과 나하고는 여러 가지로 대조적이기 때문에 신자들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 그 신부님은 키가 훤칠해서 나보다는 목이 하나 더 있는 분이며 그리고 인물이 준수해서 첫인상부터 나 같은 짜잔한 인생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분이다. 특히 미사 때 양팔을 벌려 기도하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 마리의 학이며 무슨 썩은 고구마를 옮겨다 논 것 같은 내 주제꼴과는 천당과 지옥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먼 그런 분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약간의 흠이 있다면 동작이 느리다는 것이 신자들의 지적이다.


   어떤 형제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보좌 신부님은 성호경 한 번 긋는데 40초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성부와” 하는데 10초요 “성자와‘ 하는 데 10초씩이니 나머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까지 하려면 도합 40초가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자들이 우리 둘의 성을 따라 나는 ’강급행‘이요 그분은 ’박완행‘으로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


   나는 일찍 죽을 팔자라서 그런지 성질이 아주 급한 사람이다. “땡” 하면 에누리가 없는 탓으로 예비자 교리나 레지오 교육 때도 1분이 늦으면 출석으로 체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으며, 매사에 늘 서두르기 때문에 주위를 온통 불안하게 만들 때가 자주 있는 사람이다.


   반면에 보좌 신부님은 아주 느긋하신 분이다. 그분은 시간을 초월하신 분이며 어떤 껍데기나 격식보다는 마음이나 속 진실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아주 편하게 해주시는 분이다. 그리고 그분의 자상함에는 친근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


   한마디로, 우리 신자들은 늘 시끄럽고 먼지나는 비포장만 타다가 비로소 아스팔트를 만나 신앙의 은혜가 얼마나 부드러운가를 이제 막 체험 중에 있는 것이다.


   “예수님, 급행이나 완행이나 요금은 같습니다. 돈 때문에 괜히 오해하지 마십시오.”(R)

http://my.catholic.or.kr/vegabond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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