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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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른 사람이 완벽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2 조회수602 추천수6 반대(0) 신고

8월 1일 (화)요일 (마태오 13, 36;43)

 

 

 "가라지를 뿌린 원수는 악마다." (39절)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40절)

 

이곳은 8월1일 오전 8시경입니다. 아침에 복음묵상을 하면서 위의 말씀들이 제안에 있는 가라지들을 불에 태우라고 촉구하시는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사람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요인이 되어 제가 걸려 넘어졌던 이야기입니다. 자신도 허점 투성이면서...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가지 처리해야 될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로 며느리에게 말씀지기와 매일미사 책을 우송해 달라고, 봉투에 주소까지 영문으로 기재하여 주면서 부탁을 했습니다. 7월 20일경 넘어서 미리 좀 부쳐달라고 한 것 같습니다. 

 

7월 하순이 다가와도 도착하지 않기에 아들에게 전화로, 며느리에게 부탁한 것을 부쳤는지 한 번 물어보라고 하였습니다.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아도 소식이 없기에 7월 31일인 어제 다시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부치라는 소리를 늦게 들어서 아직 못 부쳤어요. 유치원이 휴가중인데 오늘이나 내일 나가서 부칠게요..." 라는 며느리의 대답을 듣는 순간 마음이 언짢았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할수록 며느리의 대답이 황당했습니다. 제가 미리 부탁했는데, 아들에게 부쳐달라는 소리를 늦게 들어서 아직 부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거슬렸습니다. 미리 부쳐달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 한 후에라도 바로 부쳤으면 얼마든지 도착했을텐데...

 

잠시 생각을 하다가, 며느리가 굳이 나올 필요없이,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선 당직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서 이곳의 주소를 적어 놓은 봉투를 알려주고 바로 우송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더니, 책상위에 그 봉투가 있고 말씀지기도 들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며느리가 책임전가와 합리화를 시킨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습니다. 2년 동안 함께 살기도 하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기도 하지만 거의 한 번도 거슬리는 일을 한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고 착한 며느리인데, 의아했습니다.

 

며느리에게도 당직 선생님께 부탁을 했으니 일부러 나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고, 내 감정표현을 하고 잘못을 깨우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막 책을 부치려고 나가려던 참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선생님께 부탁을 했으니, 매일 미사 책은 돌아오는 주일에 성당에 가면 사서 월요일에 바로 부쳐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미리 부탁을 하고 왔는데, 왜 부탁을 안 받은 사람처럼 '늦게 들어서 그랬다고 하느냐?' 좀 황당하다." 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죄송해요." 하는 며느리의 대답이 자기의 잘못을 흔쾌히 인정하는 것 같지 않아서 다른 말을 하다가 다시 한 번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였더니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순간 아! "며느리의 마음이 상했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며느리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거의 한 번도 마음을 상해준 일이 없었고, 저도 거의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는데...저도 웬만한 것은 이해하고, 또 며느리가 잘하는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을 마무리 하면서 힘도 들고, 바쁘기도 해서 미쳐 못부쳐서 죄송하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월요일인 어제가 당직이었는데, 못 부쳤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매일 미사책을 못 사서 그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멈추었습니다.

 

며느리가 말씀지기로 교사들과 함께 매일 잠깐식 복음 묵상을 하여도, 그 책이 제게 그리 중요한 것인줄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커다란 성경책도 가져 왔지만, 낮에 미사에 갈 때는 영후와 함께 30을 걸어서 성당에 다니기 때문에, 그리고 햋빛이 강해서 가방은 메고 한손은 양산을 쓰고, 한 손은 영후와 함께 묵주기도를 하려면 무거운 성경책을 들고 다니기가 좀 어렵기 때문에 제게 꼭 필요한 책들입니다. 

 

비록 분심이 들기도 하고 잘 집중해서 하지 못할때도 있지만 미사후에 성체조배를 하면서 성당에서 복음 묵상을 하기 때문에, 말씀지기나 매일 미사책이 제게는 똑 필요한 것인데 며느리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며느리가 자기를 변명하고 책임 전가한 것과, 그리고 제가 그 일에 과잉 반응한 것이 어제 하루 내 마음이 불편하였습니다.

 

이곳의 상황과 제가 그 책들이 당장 필요함을 알려주면 며느리 스스로 더 미안해 했을텐데...  

 

오늘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미사후에 복음 묵상을 하면서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 관대하지 못했던 자신의 가라지를 보며,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표현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부드러움이 없는 단호함은 오히려 말하지 않았음만 못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들로 인해 서로가 분열되기를 바라는 악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가라지를 품었던 스스로가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심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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