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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친 결벽 . . . . . . . . . [레이첼 나오미 레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7 조회수648 추천수7 반대(0) 신고

 

 

 

 

 

신디의 남편은 자기 아내를 놓고미친 결벽이라고 표현했다.

 

그녀의 어머니도 똑같았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집에 먼지 한 점 없어야 했다.

찬장의 식기들은 윤기로 반짝거렸다.

 

토끼 같은 아이들 셋과 곰 같은 남편이 사는 집은 어디 한 군데

흐트러짐이 없었다.

집안이 조금만 어질러져 있어도 그녀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집안에 작은 휴지 조각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누가 그랬는지 말하게 했어요.

그리고는 어지른 사람에게 치우게 하셨어요.”


신디는 암에 걸린 후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항암치료로 쇠약해진 그녀는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다.

물론 밥을 할 수도 없었다.

 

이웃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식탁을 차려주었다.

집안은 엉망으로 되어갔다.

빨래가 여기저기 뒹굴고 찬장의 식기들이 아무 곳에나 가 있었다.

 

깨끗하던 벽에는 세 아이들과 친구들이 놀다가 붙여놓은 그림들이

여기저기 붙게 되었다.

그 그림들과 더불어 그녀의 병이 낫기를 바라는 기도문들이

스카치테이프로 벽에 붙여졌다.

 

남편이 어디선가 데려온 고양이는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고 다녔다.

하지만 고양이가 기분 좋은 듯 가르랑거리는 느낌은

고통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깊은 밤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부터는 암에 걸리기 전의 방식으로는 살지 않겠다고.


저는 가족들을 너무 못살게 굴었지요.

심지어는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어질러 놓았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니까요.

너무 오래 그런 식으로 살았어요.”


그녀는 최근에 동생네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동생이 쓰는 거실을 들여다보게 되었지요.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요.

카펫의 올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 있을 만큼

진공청소기로 깨끗하게 청소해 놓았더군요.

한때는 그런 것을 보면 아주 기분이 좋았었는데요.

이제는 왠지 좀 서글퍼 보여요.

외로워 보이고 인간적인 면이 묻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녀는 살며시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첼 선생님,

저는 그 동안 우리의 삶에 부엌 바닥을 깨끗이 치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어요.”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다.

고대의 지혜를 지닌 문화에서는 완벽함보다 인간적인 것에 가치를 두었다.

일본에서 선() 정원사는

정교한 균형미를 이룬 정원의 한쪽 구석에 민들레를 몇 송이 심는다고 한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고 한다.

그것을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다.

 

청교도들이 누비이불을 만들 때 누비이불의 대가는

그가 만드는 누비이불마다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린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구슬로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었다고 한다.

그것을영혼의 구슬이라고 불렀다.

 

영혼을 지닌 것은 어떤 존재도 완벽할 수가 없다.

당신이 만들어 가는 삶의 천에영혼의 구슬과 같은 올이 하나 들어갈 수 있다면 당신이 꿈꾸었던 삶의 천보다 더 멋진 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삶의 중심보다 가장자리에서 더 큰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마는 카드가 섞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가치관을 뒤섞어 놓을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래에 놓여 있던 카드가

가장 위에 놓인 카드가 되기도 한다.

몇 년 동안 나는 죽음을 앞에 놓고 있는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에이스는

완벽함도 재산도 심지어는 자존심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 '할아버지의 기도' 중에서 [류해욱 신부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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