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준비하는 이에게 (마르 4,30~32)
해마다 대학 입시철이 되면 입시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애가 탑니다.
그때마다 대구에 있는 동화사 갓바위나
대구 교구청 옆에 있는 성모당에 가려고 하면,
마치 시내 한복판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들로 복닥거립니다.
일 년 내내 대학 입학 시험을 준비하면서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도 많이 있었을 것이고,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만족한 결과를 얻었을 수도 있고 아쉬움이 클 수도 있지만,
이때 우리는 지난 일 년을 차분히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대입 시험을 치를 때는
'4당5락' 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 있었습니다.
네 시간 자면 대학에 붙는 것이요,
다섯 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신종 고사성어로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준비 없는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공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평소 준비를 열심히 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듯이
하느님 나라는 신앙인으로서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잘 준비하는 사람이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듯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겨자씨 만한 하느님 나라라 할지라도 마침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이는 나라로 그분의 나라는 완성될 것입니다.
자기 자녀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 간절한 기도가 준비를 잘한 만큼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달라고 하는 기도인지,
혹은 씨앗을 뿌리지도 않고 열매만 거두려고 하는 허황된 바람인지.......
자녀를 위한 부모의 마음은 숭고하지만
결코 공짜를 바라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하느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교할까.
혹은 무슨 비유로 그것을 표현할까?
겨자 씨앗과 같습니다.
그것이 땅에 뿌려질 때는 땅에 있는 어떤 씨보다도 작습니다.
그러나 뿌려지면 자라서 어떤 푸성귀보다도 크게 되어
큰 가지들을 뻗칩니다.
그리하여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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