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일 복음묵상]성체성사의 은총과 지혜 / 홍승모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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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08-20 | 조회수770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성체성사의 은총과 지혜
지난 주에 이어 오늘 복음 말씀에도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피에 대해 비로소 언급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55). 성경에 따르면 피는 생명과 연관되어 있기에 세속적인 사용을 금지하고 속죄예식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물의 생명이 그 피에 있기 때문이다… 피가 그 생명으로 속죄하기 때문이다”(레위 17,11). 그리스도의 피는 십자가에서 흘리신 속죄의 피를 상징합니다. 빵과 포도주, 곧 그리스도의 몸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분의 피와 함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을 계시하는 구원의 성사가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는 폭력으로 인한 아벨의 피와는 다릅니다. “네가(카인)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아벨)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 4,10). 인간이 창조된 이래,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전쟁과 폭력으로 인해 울부짖는 피의 소리는 모든 인간의 고통을 상징합니다. 그 고통은 삶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마음을 슬픔과 분노로 채웁니다. 결국에는 인간의 내면을 분열시키고 혼돈에 떨어뜨립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합니다(히브 9,14 참조). 곧 우리의 영적인 내면을 용서와 희망의 빛으로 채웁니다. 그리하여 배고픔의 고통을 빵의 기적으로 채우셨듯이, 피의 울부짖음을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일어난 포도주의 기적처럼, 화해와 기쁨의 축제로 변화시키십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생명을 줄 때, 고통과 기쁨은 하나가 됩니다. 그것을 뛰어넘어, 예수님은 당신의 생명까지도 내어주셔서 오히려 우리를 풍요롭게 하십니다. 주님 안에서 희생과 기쁨은 둘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가 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6-57). 주님의 몸과 피를 영하는 것은 살아 계신 그분의 성령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령을 통해 주님의 생애와 말씀을 내적으로 되새기며 그분께서 원하시는 뜻과 하나가 되기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 때 우리 내면에는 주님이 주시는 깨달음의 겨자씨가 발아하게 되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이 주시는 성체성사의 은총과 지혜입니다. “너희는 와서 내 빵을 먹고 내가 섞은 술을 마셔라. 어리석음을 버리고 살아라. 예지의 길을 걸어라”(잠언 9,5-6). 우리는 이 생명의 씨앗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 거룩한 생명의 씨앗이 완성되도록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되새겨 봅시다. “시간을 잘 쓰십시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 그러니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에페 5,16-17). http://my.catholic.or.kr/vegabond
● 홍승모 미카엘 신부·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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