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랑으로만 (마르 7,14~30)
간혹 성서에서 예수님의 마음이
냉정하게 느껴지는 구절을 접할때가 있습니다.
애타게 찾는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에게
"누가 내어머니며 내 형제들입니까?" 라고 대답하신 것과
오늘 시로페니키아 여인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딸이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여인의 간청에도
예수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십니다.
그럼에도 다시 간곡히 청하는 그 여인에게
예수님은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말씀까지 하며 여인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말씀만 보자면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대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인의 한 마디에,
그러니까 " 주님, 상 밑에 있는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라는 대답에 그의 딸을 고쳐 주십니다.
여인의 이러한 믿음이 어디서 왔을까요?
도저히 포기하고 돌아설 수 없도록
그 여인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 사랑은 언제까지나 쓰러지지 않습니다.
예언이라고 해도 없어질 것이고,
언어라고 해도 그치고 말 것입니다.
지식이라고 해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믿음, 희망,사랑, 이 세가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은
사랑으로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1고린 13,8~14,1참조)
인간의 지식과 세상의 가치관으로는
찾을 수 없는 은총의 길은 오직 사랑으로만 가능함을
이 여인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 그러자 부인은 대답하여
'주님, 상 밑에 있는 강아지들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그분께 말했다.
그러니까 부인에게 '돌아가시오, 그 말로 말미암아
당신 딸한테서 귀신이 떠나갔습니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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