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아름다운 침묵 (마르 7,31~37)
며칠 전 할머니가 고운 모습으로 하느님께 가셨습니다.
그분의 죽음으로 참 많은 것이 가슴 한 켠에 남습니다.
사람이 왜 살아가는지,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오늘 예수님이 귀먹은 반 벙어리를 고쳐 주시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십니다.
무엇이 그리 답답하셨는지 세상사의 온갖 막막함이
예수님의 긴 한숨 속에 배어 나오는 듯합니다.
귀먹고 말 못하는 것이 어디 장애인들만의 몫입니까.
인간들의 교만이 뭉쳐서 서로의 귀를 막게 하고
서로가 말문을 닫은 채 자기만의 성 안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사람들 간에 진정한 대화는 없고 세상에 시끄럽게 떠도는 것은
욕망에 가득 찬 목소리들뿐인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할머니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하느님께로 돌아가셨습니다.
인간의 마지막 말, 그 무엇보다 강하고 힘있는 침묵으로
하느님 앞에 서 계실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그 어떤 말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열심히 연습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수님이 슬픈 한숨이 아니라
기쁜 웃음을 지으실 때까지 말입니다.
" 하늘을 우러러보시고 한숨을 쉬시며 그에게
'에파타,' 즉 '열려라' 라고 하셨다.
그러자 즉시 그의 귀가 열리고 그의 굳은 혀도 풀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