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마을의 추억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루가 14,1.7~11)
신앙학교 답사차 고령 들꽃마을을 들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을 맞아준 이는 행려자로 보이는 한 중년의 아저씨였습니다.
허접한 차림과는 달리 몸에 배인듯한 겸양이
예사로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부라며 제 소개를 하자 그분은 더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그러고는 들꽃마을에 관한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행려자에게 듣는 안내가 못내 꺼림칙해 그 아저씨에게 청했습니다.
"아저씨, 제가 듣기로 들꽃마을에는 신부님이 계신다는데,
어디 출타중이십니까?"
그러자, 그 아저씨는 겸연쩍은 모습으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예, 신부님, 제가 들꽃마을의 최 비오 신부입니다."
"........"
그분이야말로 진실로 겸손한 분이셨고, 큰자였습니다.
그분이 섬기는 모습은 결코 초라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겸손 안에 큰 인물됨이 숨어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건 단순히 신앙의 햇수만 보태는 것이 아님을,
태양 앞에 선 벼가 고개를 숙이듯 하느님 앞에 서는 사람은 겸손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향수는 가장 작은 병에 담겨있듯,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기는 가장 작은 자를 통해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겸손은 자신을 감추고 사는 들꽃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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