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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괴짜수녀일기 < 8 >예수님도 커피를 드셨을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9 조회수754 추천수9 반대(0) 신고
                                 


 

                     예수님도 커피를 드셨을까?



   나는 커피를 별로 마셔 본 기억이 없다. 향긋한 커피향이 후각을 자극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예 마실 생각을 안 하니 구미가 당길 리 없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잠 못 이루는 밤’이 두려워서이다. 어쩌다 조금 입에 댄 날이면 영락없다. 그런데 이런 전통을 깨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통신교리  신학원 하계연수회에서의 일이었다.


   첫째 날 말씀의 전례 시간에 하신 신부님의 강론이 원인이었다. 강의 시간에 졸고 있는 사람을 보거든 같이 졸 생각을 하지 말고 휴식시간에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주며 친교를 나누라는 것이었다. 과연 매일 쉬는 시간이 되면 누군가가 꼭 커피를 건네주었다. 거절도 못 하는 데다 ‘내가 조는 걸 보았구나’ 하는 생각에 순순히 받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주는 사람도 하나같이 꼭 “이걸 마시면 졸음이 안 와요” 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사흘간 꼬박꼬박 받아 마셨으니 결과는 당연했다. 하긴 원인 없이는 결과는 없으니까.


   밤이 깊을수록 정신은 더욱 말똥말똥해졌다. 수험생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우선 성서를 펴 읽기 시작 했다. 좋아하는 요한복음을 두 세 번 읽다보니 눈에 띄게 많이 나오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몇 번쯤이나 나올까 하고 세어 보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예수’ 278번. ‘아버지’ 165번. ‘말씀’ 129번. ‘세상’ 66번. ‘하느님’ 58번. ‘사랑’ 46번. ‘생명’ 36번. ‘영광’ 36번 등 이었다. 이 단어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문장도 발견하였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3,16)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의 영광을 드러내주시어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여 주십시오’.” (요한 17,1)


   밤을 새워가며 성서를 읽은 보람이 있었다. 요한 복음사가를 직접 만난 듯 흐믓한 기분이었고, 요한복음서의 핵심을 발견한 성서학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요한복음은 읽으면 읽을수록 심오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이 모두가 커피 덕분인가?

예수님도 커피를 드셨을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시고

   불편을 유익으로 바꾸어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걸 주시려고

   불면을 허락하셨습니까?

   참으로 당신은 사려 깊으신 분이시군요

   야뽁 강 나루터에서 밤새도록

   씨름하던 야곱에게 축복을 주신 주님.

   지금도 당신을 간절히 찾는 이들에게

   당신의 축복과 사랑을 아낌없이 주심을 믿습니다.

   참으로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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