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이 말씀 하시길...' / 옮겨온글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집 나서기가 머뭇거려집니다.
14년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숨을 멈춰
폐차를 시켰더니 통장에 돈도 들어 왔습니다.
남편이 그러네요.
"내 인생의 충실한 동반자, 숨을 멈추고 나서도
기쁨을 갖어다 주는 나의 사랑했던 애마
어째 이리 가슴이 허전하냐?
에이~~~~술이나 한잔 먹자
그리고 자동차를 뭘로 사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년후 별 소득도 없는데
좋은차 타고 다닌다는것이 허영스럽고,
여러모로 훗날을 생각하여 소형차를 사자니
아직은 체면이 쫌~~~~~~
그렇습니다. 체면이 뭐 그리 소중하길래
이토록 질기게 사람 마음을 잡고 있을까요?
나름대로 생각 해 보니
우선은 우월감 때문이 아닐까요?
하기사 지금은 직장에 있으니
하급직원도 있고 나이도 있어 경차나 소형차가
부끄러울수도 있겠지요.
우리 아파트에는 공직에서
정년한 관료나 교사가 많습니다.
마당에는 삐까번쩍한 자동차가
평일에도 쫙 대기하고 있지요.
어디 갈때도 없고 사실 정년 하고나면
부르는 사람도없고 볼일도 별로 없으니
삐까번쩍한 자동차가 필요가 없는것 같더라구요.
돌돌 성지순례나 살살하고
시장볼때 부담없이 끌고 다니는 정도라면
경차도 괜찮을것 같아
작은차를 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남편하고 의견충돌이 일어 났습니다.
그 바람에 "내가참지!" 하고
오래전에 묻어뒀던 허더부리한
쓰레기까지 확 뒤집어져서 전쟁이 터진것입니다.
남편은 그럽니다.
"어째 그리 잊어 버리지도 않냐?
화만나면 옛날일 꺼내오는 그 굉장한 기억력
내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있는대로 속을 긁어놓고 몇날이 지난 오늘까지
말 한마디 안하고 입 다물고 있으니
답답해 죽겠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미사를 가서 미사드리고
마당에 계시는 성모님께
"성모님 우리 요한이 지금 속이 썩어서
부글부글 말이 아닐겁니다.
어머니가 위로 좀 해 주십시요. "
그렇게 말씀 드렸더니 당장
"네가 해라" 그러시네요"
그래서 대답도 하는둥 마는둥
털털 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어제 숙직을 했으니
조금 있으면 들어 오겠지요
뭐라고 해야하나 지금부터 걱정 되네요
어제저녁에 마트에 가서 장이라도 좀 봐 둘걸
입에 맞는 음식으로 식탁을 차리면
이제 쪼깨 풀어졌나? 하고
부글부글 끓는 마음이 좀 가라 앉을수도 있을텐데...
정오쯤 외출도 해야 하는데 입장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이 숙제를 어찌 풀고 가야 할지 참말로
귀찮고 어려운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 늘푸른 평화방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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