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엉뚱하지만 행복한 상상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0 조회수776 추천수5 반대(0) 신고

 

<엉뚱하지만 행복한 상상>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 (루가 7,31-35)


  한동안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축구공을 차면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거나,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어려서 놀던 것들이랑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 마저도 지난 일이라 요즘 애들은 도통 밖에 나와 노는 모습을 못 보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애들은 놀면서 배우는 게 더 많은 법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제가 어렸을 때는 같이 놀 친구도 많았고 학교공부도 요즘처럼 우악스럽게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겠죠. 어린아이들이 지나친 공부 걱정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동네 어귀에서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노는 일이 많았을 겁니다. 아이들 놀이를 보면 그 당시 세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주로 어른들 생활모습을 본 따서 만든 놀이를 즐겨 했기 때문입니다. 그당시 여러 가지 놀이 중에 아마 결혼식 놀이와 장례식 놀이가 최신 유행 놀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결혼식 놀이하자고 권하나 다른 무리의 아이들이 웬일인지 시큰둥합니다. 그러면 장례식 놀이라도 하자고 졸라보아도 영 시원찮은 반응만 보입니다.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들에게 익숙했던 놀이하자고 엉떼 부리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가만 두고 보다가 훼방 놀 심산이었겠죠. 왜 있었죠, 어렸을 때 윗마을 과 아랫마을 아이들이 투석놀이라도 하고 난 다음에는 한동안 마음에 서로 앙금이 남아 괜스레 뜨악해서 사사건건 시비 거는 행동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행태를 비난하시는 것입니다. 도무지 새로운 것에 눈과 귀를 닫고 알아보려고 조차 않는 그들입니다. 너무나 답답해하셨습니다.


  문득 몇 년 전에 읽은 “때로는 우리 인생에서 엉뚱한 친절과 정신 나간 선행을 실천 해보자.”는 글 내용이 생각납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어느 자매가 900원 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정액권을 일곱 장 떼어 통행료 징수원에게 주면서 하는 말이 “ 메리 크리스마스. 한 장은 제 몫이고요. 나머지 여섯 장은 뒤에 오는 운전자 분들에게 주세요. 앞 차에 타셨던 분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행복한 날 보내시라고 전해 주세요.”하더랍니다. 뒷 차에 타신 분들이 만면에 미소를 띄었겠죠. 혹시 나도 한 번 해보자 하고 마음먹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 글귀를 발견해서 감명을 받았던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의외의 기쁨을 전파했답니다.

 

  노인정에 가서 안마해주기,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하기, 아침 일찍 동네 쓸기, 눈 내린 날 주차 돼 있는 차 눈 쓸어 주기, 교차로에서 옆 차 운전자에게 눈인사하기, 범퍼만 조금 긁혔을 땐 나도 그런 적 있어요하고 웃으며 양보하기, 산책로에 널려있는 쓰레기 줍기, 성당 경내에 있는 성상 목욕시키기, 선물 받은 꽃다발에서 꽃 한 송이 씩 빼서 이웃집 문 앞에 붙여 놓기, 비오는 날 지짐이 부쳐 이웃집과 나눠먹기, 한가한 지하철 안에서 껌 한통씩 돌리고 머쓱하게 딴 데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짜이니 옆 사람과 나누어드세요하고 소리치기, 악기하나 들고 광장에서 노래 부르기 등입니다. 그 밖에도 큰돈과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이 찾아보면 많다고 합니다.

  정신 나간 선행은 전염성을 갖고 퍼져 나갑니다. 미소 지으면 기운이 납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웃에게도 큰 기쁨을 준답니다.

 

  간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결실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이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만 한다. 지금 당장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는지 아닌지 아는 것은 우리의 능력 밖에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아무런 결과도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더러 피리를 불어 줄 터이니 장단에 맞추어 춤추라고 하십니다. 기쁨에 겨워 노래를 부르라고 하십니다. 기쁨을 온 동네방네 전하라고 하십니다. 조금 엉뚱하고 정신 나간 선행을 실천한들 체면이 깎일까요? 행복한 상상을 잠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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