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생 공부하는 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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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09-21 | 조회수1,067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인생 공부하는 집 우리 어린이집은 분명 어린 친구들이 지내는 곳이다. 하지만 더 큰 친구들이 자주 방문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어른들까지…. 특히 중ㆍ고등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방문 목적은 자원봉사를 하기위해서다. 한해 봉사활동 인원은 우리 아이들의 서너 배를 넘는다. 특히 학생들은 여름ㆍ 겨울방학 기간에 많이 들고 난다. 올 여름 장마와 폭염에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 30여명에 뭐 그리 할 일이 많다고…. 실내 청소는 물론이고, 장난감 씻는 일에서부터 볼풀, 놀이기구, 책상, 의자 닦기(물 세척), 환경 판 만들기, 야외놀이터 정리하기,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일거리들이 있다. 한창 불볕더위 때는 마당만한 풀장설치와 청소도 한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시원한 물놀이를 마음껏 즐긴다. 학생들은 그저 봉사활동만 하는 게 아니다. 봉사 활동 중에 개별적으로 필요한 교육도 받는다. 사실 십대 청소년들은 야외 놀이터에서 활동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고 잔디 천적인 토끼풀 줄기를 뜯어내는 아이들 표정은 마치 극기 훈련을 견디어내는 듯하다. 이런 학생들에게 이와 비슷한 일, 아니 더 힘든 일을 매일 하면서 살아가는 농부 이야기를 해준다. 오늘 한 친구는 땡볕에 호미를 들고 구슬땀을 흘리기에 "힘들지?"했더니 "자꾸 하다 보니 재미가 나는 데요" 하며 싱글싱글 웃는다. 아휴 기특해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곤 "고맙습니다!" 머리를 숙여 인사한다. 어떤 친구는 틈만 있으면 생명 폰(휴대폰을 생명처럼 여기는 것 같아서)을 들고 손가락 놀이에 여념이 없다. '전화 요금을 부담하는 엄마, 아빠를 생각해서 아껴 써야 할 텐데….' 봉사활동 시간이 긴 친구들에게 좋아한다는 라면을 끓여주면 먹다가 남기는 것이 그냥 습관인 듯하다. 우리 집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곳이라고 하면 멋쩍어 하며 남은 것을 다시 먹는다. 어떤 친구는 어린이집을 둘러보고는 이다음에 커서 실버타운을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유인즉 많은 돈을 벌어서 마음껏 쓰기 위해서라며 어깨를 으쓱인다. 계속 듣고만 있자니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해 조심스럽게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실버타운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고 말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만 갸우뚱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하는 사회봉사활동이 바로 인생 공부가 아니겠는가. - 김인숙 수녀(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 / 세례자 요한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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