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 속으로 떠나라, Homo Noma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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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6-09-27 | 조회수662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세상 속으로 떠나라. Homo Nomad>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보내시며,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마라.” (루가 9,1-3) 인간에게는 여행을 떠나고픈 열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이런 인간 속성을 ‘Homo Nomad(유목하는 인간)’ 라고 부릅니다. 그 여행은 진리를 찾아서, 자기를 찾아서 떠나는 순례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머문자'에 의해서 기록 되었으나, 그 역사를 이룩한 것은 '떠도는 자'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자크 아탈리'는 주장합니다. 제 집에서 떠나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요청도 하느님나라를 향한 순례로 발을 내딛으라는 요청입니다. 인간이 도착해야 될 목적지가 바로 하느님나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인간은 무언가 불확실한 것으로 떠날 때,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는 마음과 그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동시에 생겨납니다. 그래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리라고 기대되는 것들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와서 보라!”는 말씀과 함께 한동안 같이 사셨습니다. 그동안 제자들은 여러 가지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하여 뛰어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실생활에서 우러나오는 갖가지 비유 말씀은 듣는 제자 스스로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주님께서 보여주신 여러 가지 기적들과 말씀을 통하여 주님께서 어떤 분이시고 하느님나라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새로운 체험과 가르침 속으로 성숙시킬 좋은 기회라고 여기시고 제자들을 세상 속으로 파견하십니다. 제자들도 한번 여러 사람들 앞에서 훌륭한 스승님처럼 멋진 말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병을 낫게 하고 마귀를 쫒는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웬만큼 스승님께 배운 것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자들의 심정을 꿰뚫고 계신 주님께서 제자들의 열정에 용기와 삼가야 될 덕목을 가르쳐 주십니다. 앞으로 제자들이 가야만 될 길을 미리 경험하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직은 스승께서 같이 계신다는 든든한 믿음 때문에 제자들은 별 두려움 없이 선교 여행길을 떠날 수 있겠지만, 조만간 닥쳐올 미래에는 예수님의 큰 도움 없이 제자들 스스로 선교 여행을 하여야만 했습니다. 이런 점을 알고 계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선교여행의 기쁨과 곤란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신 것입니다.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선교여행은 일정 기간을 정하고 떠나는 길이 아닙니다. 언제 끝날지 어디로 향해 나서야할지 기약 없는 여행길입니다. 그저 그 목적만 정해진 여행입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전혀 짐작조차 못하는 길입니다. 그저 하느님의 도우심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갖고 가지 말라고 요청하십니다. 그 요청은 인간적인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의뢰심을 없애라는 요구이며, 오로지 주님만을 의지할 것을 요청하시는 말씀입니다. 모든 인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요청입니다. 지금 있는 그 상태 그대로이면 충분하다는 가르침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배운 게 없어서, 능력이 부족해서, 돈이 없어서 등등은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저 떠나기만 하면 나머지는 주님께서 알아서 마련하신다는 보증입니다. 학창시절 농활에 따라나선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전에 준비를 한답시고 여러 가지 물품들을 점검하여 가져갔지만, 막상 농촌에 당도하고 보면 그 준비 물품이라는 것들이 우리가 도시생활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것과 우리끼리 즐기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었지 막상 농촌에서 작업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모두 그곳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농촌생활을 하려했다면 사실은 그곳에서 그분들이 사시는 대로 준비했어야 했다는 것을 뒤 늦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간 단원 중에 의과대와 한의과대 학생들이 준비해간 의료 물품과 진료 도구만 환영받았습니다. 우리는 뼈 빠지게 고생했어도 별로 고맙다는 인사 받지 못했지요. 가끔은 도움을 주기보다 그분들 훼방만 논적도 있었으니 당연하지요. 그네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약을 나눠주어서 받는 감사인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네들에게는 반찬이며 옥수수 감자 달걀 등 먹을 것이 많이 들어왔죠. 저희야 곁다리 붙어서 얻어먹었지만 말입니다. 선교여행은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 생활을 그대로 간직하고는 선교를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때는 어딜 가나 그들과 동떨어진 이방인으로 남을 뿐입니다. 내가 들고, 지니고 가는 모든 짐은 말 그대로 내가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만 들추어낼 뿐입니다. 아니 물건만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정신마저도 다 버리고 그곳 실정에 맞추어야만 선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들을 사랑하려는 마음이며 어루만질 수 있는 힘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힘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함께 나누려는 마음, 위로하려는 마음입니다. 아마 우리는 그들을 예수님처럼 치유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병을 낫게 하고 악령을 내쫒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그들과 함께 아파하며 눈물짓는다면 그 안에 저절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며, 마음을 열어 우리를 맞아들이는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의 근원이 바로 주님께 향하는 믿음이며 주님께서 주신 은총일 것입니다. 인간적인 뿌리에서 나오는 것으로는 방해만 되어 목적지로 가는 길이 더딜 것이며 제 방향을 놓칠 우려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요청하신 것입니다. 그 대신 남을 사랑하고 위로하려는 마음의 힘을 제자들에게 새겨 주신 것입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하나뿐입니다. 사랑하려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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