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거부했던 사마리아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친정 부모님이 생각났다. 제자들을 꾸짖으셨던 예수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3년 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는 오랜 세월 가정과 겉돌며 사셨다. 그런아버지께서 몸이 불편해지신 후 본당 교우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예비자 교리를 받고 요셉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셨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성당에 가다 쓰러지신 적도 있었지만 교리공부를 마치셨고, 세례예식이 거행되는 동안 아버지는 내내 긴장하셨다.
“정말 죄가 다 없어지니?” 하고 내게 물어보시던 모습, 간간이 눈물이 어리시던 모습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친정어머니와 우리 동기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던 친정아버지가 아니라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 애썼던 아버지의 모습이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큰딸이 성당에 다니는 것도 못마땅한데 아버지까지 예비자 교리를 받으시자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하셨다. 어머니는 성당에서 교우들이 찾아오면 빗자루를 들고 뛰쳐나오시기도 하고, 방문한 구역장에게 찬물을 끼얹기도 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돌리려고 계속해서 성당에 나가자고 말씀드렸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생을 걱정하시다가 집안에서 넘어지셨는데, 그 순간 ‘이러다 내가 죽으면 큰딸의 상심이 크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시고는 예비자 교리를 받겠다고 하셨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주변의 인정을 받던 보살이셨던 어머니는 마침내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셨다. 세례를 받으신 후 신부님의 세족례를 받으며 얼마나 많이 우셨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하늘에서 물이 쏟아져 아버지가 깨끗해지는 꿈을 꾸셨는데 너무나 생생하다고 하셨다. 매일 미사참례하러 갈 때마다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내겐 큰 선물이다.
교회에 초대받은 후 20년간 희망과 기다림으로 내 마음속에 함께해 주셨던 예수님과 사마리아 동네를 불살라 버릴까요라고 묻는 제자들을 꾸짖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내게 다가온다.
홍선미(의정부교구 중산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