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깝게 지내던 분이 세례를 받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늘 최선을 다해 오신 분이다. 어느날 예비자 교리에 다닌다고 하여 무척 반가웠는데, 남편에게 대부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셨다. 세례식 후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들은 이야기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라는 구절과 맞물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형제님의 막내동생 이야기다. 명석하고 반듯한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용돈의 대부분은 성경을 사는 데 썼고, 성경을 사면 이름을 쓰지 않은 채 읽다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 동생은 치료가 어려운 병을 앓고 있었고, 투병생활 동안 동생의 부탁으로 자주 성경을 읽어주면서 예수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동생의 병은 점점 악화되었고, 2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숨을 거두었다. 의사가 다녀가고 나서 잠시 후 동생이 다시 깨어나 가족 모두 너무 놀랐다고 한다.
동생은 가족에게 “하느님은 정말 계시다”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꼭 전해줘. 그리고 형도 꼭 하느님 믿어!” 하며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이제 20년이 지나 막내동생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다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씀하던 형제님을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분의 20년은 이렇게 착하고 순결한 동생을 죽게 했다고 믿었던 하느님을 이해하기 위한 침묵의 대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세례를 받은 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행복해하는 그 부부를 보면서 동생의 정신이 형의 마음속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홍선미(의정부교구 중산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