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의 갈망을 좇아가면 하느님을 만난다. 부제서품을 앞두고 나는 호주 사막 한가운데서 8일 피정을 했다. 멜버른에서 사막까지는 기차로 꼬박 29시간이 걸렸다. 아침 여명이 밝아오면서 드러나는 벌건 사막엔 살아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였다. 모든 것이 바싹 말라 있었다. 나는 사막이 주는 위압감에 눌렸고 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원주민들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도 편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피정을 지도해 주실 수녀님께 멜버른을 떠나 이 사막에 오기까지의 여정과 내 마음의 움직임을 이야기하였더니 수녀님은 간단히 “두려움이군요. 피정 동안 이 사막의 환경에 자신을 열어보는 연습을 하세요”라고 하셨다.
피정 첫날, 나는 피곤해서 낮잠을 잤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를 찾아가듯 나는 소리나는 곳을 찾아갔다. 그 소리가 나는 곳은 마을회관이었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혹시 나를 거부하면 어쩌나 싶어 망설이다 내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내 이야기를 들은 수녀님은 나에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수녀님은 위축되어 있는 나에게 “마음 깊은 곳의 갈망을 좇아가세요. 그러면 하느님을 만날 것입니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내가 그 회관에 편안히 들어가는데는 약 4일이 걸렸다. 첫째 날은 문에서 1미터 안으로 들어가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날은 주변 의자에 앉아서 10여 분을 있었다. 그 다음날 갔더니 어린아이들이 먼저 와서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들과 함께 놀았다. 경계의 대상이었던 원주민들에게 환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대 신부(예수회·인천 `삶이 보이는 창`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