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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족한 것이 하나'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5 조회수619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족한 것이 하나>(마르 10,17-27)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하셨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부족한 것 하나는 무엇인가? 그 하나는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다. 그리고 주님을 따르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일 수도 있다.

 

그 하나가 무엇인가를 오늘 묵상하도록 하자. 그것은 하나이지만 어떻게 보면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부일 수도 있다. 또 그 하나를 얻으면 전부를 얻는 것일 수도 있다. 그 하나는 마치 집에 들어가는 열쇠와도 같은 것이다. 그 하나는 전쟁터에 나간 군인에게 총알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자에게 비행기 표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동생 마리아보고 "자기 일을 도우라고 일러 주십시오." 라고 말한 마르타에게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가 10,41-42)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많은 일을 하느냐고 분주한 마르타를 칭찬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왜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느냐?"라고 꾸짖으시고 마리아를 칭찬하시면서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우리도 이처럼 필요한 것 한 가지가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소홀히 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다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럼 예수님이 이 부자 청년에게 지적한 부족한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
예수님이 이 청년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은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하고 대답한 이후에 하신 말씀이시다. 그러니까 이 청년은 어려서부터 지켜 온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라는 계명들을 충실하게 지켜왔다.

 

그런 많은 것들을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를 사랑스레 바라보며" 라고 하신 것이다. 그리고 나서 하신 말씀이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해도 예수님이 지적하신 하나를 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주님을 따른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이 한 가지를 행하는 것이 다른 모든 것들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럼 그 하나가 무엇인가?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것이다." 즉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부자 청년이 어려서부터 지켜온 것들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었다. 그 계명들을 지킨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들이었지 다른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행동들이 아니었다.  이 청년이 어려서부터 지켜왔다고 말한 계명들을 이 청년이 지킨다는 것은 하나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 해서는 안 된다."라는 계명들은 " ... 하라"는 계명이 아니고 하지 말라는 계명이다. 따라서 그런 짓을 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그런 계명들을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할 필요가 없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굳이 그 계명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자 청년이 굳이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 증언, 횡령 등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 것들은 주로 돈이 없어 먹고 살기가 어려운 가난한 사람이 하는 행동들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 그런 계명들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부자 청년은 그런 것들을 지키는 것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재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키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 청년은 무척 이기적인 사람이다. 자기를 위해서는 많은 재산을 모으고 갖고 있으면서도 남을 위해서는 하나도 베풀지 않는 인색한 어리석은 부자의 모습이다. 이 부자 청년이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은 것도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재물도 명예도 얻었으니 내친김에 영원한 생명까지 얻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고 명예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무엇이든지 소유함으로써 자기가 얻고자 하는 것은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영원한 생명도 소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자기 것을 나누어 줌으로써 즉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내놓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보지 못한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무엇이든지 소유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 자기 것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인색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는데 그 이유는 많은 재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재물을 내놓음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즉 하느님나라는 재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 나라는 많은 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함으로써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음으로써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부자라는 것은 재물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다. 재물을 모아서 부자가 된 것은 전부 자기 자신의 안일과 편안함을 위한 것이지 남을 위해서 모으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 재산을 모았다면 아무리 많은 재산을 많이 가진 부자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물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것이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 속에 뛰어 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코전 13, 1-3)라는 바오로의 말씀이 바로 한가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주님은 오늘 우리 각자에게 말씀하신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즉 재물, 시간, 재능, 명예, 권력, 건강 등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것들이다. 또 주님을 따르는 목적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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