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첫마음으로 (마르 12,38~40)
율사들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경고를 전하는 오늘의 복음을 읽을 때마다,
저는 그것이 꼭 저를 향한 경고인 것만 같아 부끄러워 옵니다.
그리고 한숨과 눈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저의 위선과 잘못을 그분 앞에 내어 놓게 됩니다.
사제가 되어서도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이
하루하루를 허물 속에 갇혀 지내며, 겉으로 꾸며진 제 빈 껍데기로
하느님을 찬양하는듯 요란히도 떠들어 댔습니다.
율사들처럼 기다란 예복을 입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사 받기를 좋아했고,
윗자리에 앉을 때면 은근히 뻐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시대의 양심이기 전에 추종자였으며,
세상의 소금이기 전에 세상의 왕초인 둣 그렇게 살았습니다.
제가 지금껏 걸어온 길은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
겸손의 길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 하느님, 당신이 또 다른 제 삶의 모습이게 하소서.
하느님, 당신이 제 삶의 거울이게 하소서.
시대의 흐름 위에, 제 삶의 가난 위에
하느님 당신이 제 주인이게 하소서.
제가 서 있는 그 자리에는 당신의 겸손이 채워지고,
그래서 당신이 제 삶의 전부라고 고백하게 하소서.
하느님, 제가 다시 첫마음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여러분은 율사들을 조심하시오.
그들이 좋아하는 짓은 기다란 예복을 입고 돌아다니는것,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 회당에서도 높은 좌석,
잔치에서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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