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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식의 열쇠'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8 조회수805 추천수6 반대(0) 신고

<지식의 열쇠>(루가 11, 47-54)

 

불행하여라, 율법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 집을 나오시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독한 앙심을 품고 많은 질문으로 그분을 몰아대기 시작하였다.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그분을 옭아매려고 노렸던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불행한 일 한가지를 묵상하겠는데 그것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고 이들도 막아버리는 일이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공부해서 뭐하냐? 공부가 밥 먹여주나 일을 해야지!"하고 한창 배워야할 나이에 학교를 보내지 않고 일만 시켰다면 그 부모는 자식의 배움의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 결국 자식은 배우지 못해 불행하게 될 것이다. 부모의 잘못된 판단과 생각이 자녀들의 앞 날을 불행하게 만들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쳐야할 율법교사들의 위치와 말과 행동은 하느님을 올바로 믿고 따라야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다"는 말은 "하느님의 말씀을 배울 기회를 앗아가다, 하느님의 말씀을 배울 수 있는 곳에 들어갈 열쇠를 아예 치워버렸다. 죽여 버렸다."라는 말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전해야할 율법교사들이 그런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하느님의 말씀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막아버렸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이 이미 하느님의 말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고 가르치는 하느님은 참 하느님이 아니시다. 즉 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만들어 놓은 하느님이다. 그러니 그들이 무슨 하느님을 가르쳐 주겠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께서 그 집을 나오시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독한 앙심을 품고 많은 질문으로 그분을 몰아대기 시작하였다.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그분을 옭아매려고 노렸던 것이다."라는 율법교사들의 말과 행동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사람들에게 올바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버린 것이다." "치워버리다"는 말은 "죽이다"는 뜻이다. 결국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으로써 아예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렸다." 예수님이야 말로 지식의 보고(寶庫)인데 예수를 죽임으로써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율법교사들이 가르치는 하느님은 자비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이 아니라 율법의 규정대로 엄하게 다스리는 하느님이시다. 자비와 사랑이 없는 엄격한 하느님, 윗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하느님,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는 하느님이시다.


그러나 지식의 열쇠를 통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십자가의 죽음까지 받아들이게 하신 하느님",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신"(필립 2, 6-8) 하느님이시다.

 

율법교사들이 말하는 하느님은 십자가가 없는 하느님이시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하느님, 아무런 희생을 바친 것이 없는 하느님, 저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에 대해서 율법교사들의 이런 잘못된 가르침은 결국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오로는 "형제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도, 뛰어난 말이나 지혜로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하려고 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1 고린2,1-2)라고 말하였고 " 이 세상 우두머리들은 아무도 그 지혜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이 깨달았더라면 영광의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지 않았을 것입니다."(1고린 2,8)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도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로운 자들과 슬기로운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루가 10,21)라고 기도하셨던 것이다.

 

지식의 寶庫는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지식의 창고이다. 지식의 창고인 예수님에게서 지식을 얻으려면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알아보아야 한다. 율법학자들처럼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알아보지 못할 때 결코 지식의 창고인 예수님에게서 지식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십자가의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 즉 종의 신분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아야 한다.

 

오늘날 이 지식의 보고(寶庫)는 복음이다. 우리가 복음을 모른다는 것은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리는 것이 된다. 우리가 복음을 알려고 하지 않을 때 우리 자신이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릴뿐만 아니라 복음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복음을 통하여 지식의 寶庫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을 막아버리는 것이 된다.

 

열쇠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여는 도구이지 지식 자체는 아니다. 지식의 열쇠는 복음이다. 복음이라는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 복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묵상이다. 우리가 복음을 깊이 묵상할 때 하느님의 지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지식을 깨닫게 될 때 다른 이들도  복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했으면서도 지식의 보고인 복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늘 밖에 있는 것이며 내가 밖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복음 안으로 인도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밖에 머물도록 해주는 것이 된다.

 

또한 복음 안으로 들어가서 복음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것이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능력이며 지혜이기 때문이다.  "하늘 나라의 교육을 받은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비슷하다."(마태13, 53)는 말씀처럼 풍성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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