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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리석은 자야'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2 조회수695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리석은 자야>(루가12,13-21)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어리석은 자란 그리스어로 아폴론(apholon)이라고 하는데 그 뜻은 현명하지 못한, 지각없는, 단순한, 어리석은, 무지한, 참 종교에 대한 지식이 결여된, 허무한, 겉치례하는 이라는 뜻이다.

 

로마서에 보면 유다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알고 율법을 배워서 사리를 분별할 줄도 알고 눈먼 사람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어둠 속을 헤메는 사람에게는 빛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율법에서 모든 지식과 진리의 근본을 터득하였으므로 무식한 사람에게 지도자가 되고 철없는 자들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로마 2,17-20) 하느님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스스로 하느님을 알고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무식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하느님에 대해서 "무식한 사람"이요, "참 종교에 대한 지식이 결여된 사람이요",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다.

 

한 마디로 어리석은 자란 우상을 섬기는 사람이다. 즉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들을 하느님인양 착각하고 섬기는 이들로서 우상을 섬기는 이다. 그 사람은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이 마치 자기 생명을 영원히 지켜 줄 것이라고 믿고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이다.

"불신자는 이렇지 않나니 이렇지 않나니 바람에 흩날리는 겨와도 같도다. 불신자는 심판 때에 버티지 못하리니 의인의 모임에서 죄인도 그러하리라."(시편 1,4-5) 어리석은 이들이 믿고 있는 우상들은 결국 심판 때에 버티지 못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겨와 같은 것들이다.

 

어리석은 자가 섬기는 우상이란 무엇인가? 오늘 복음에서 비유로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어떤 부유한 사람의 땅이 많은 소출을 내었다."고 말했다. 땅이 소출을 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많은 소출을 내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소출을 낸 부유한 사람의 땅은 하느님의 것이지 자기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부유한 사람은 땅에서 많은 소출을 내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하느님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하느님을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만 재산을 모았다. 결국 이 부유한 사람은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재산을 섬겼다. 재산이 자기 자신을 쉬게 해주고 먹이고 마시고 즐거움을 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느님 대신 재산을 섬긴 것, 그것이 우상을 섬긴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란 총체적으로 어리석게 살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람은 그 동안 어리석은 말을 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 어리석게 살은 것이다. 결국 영원한 것이 아닌 사라지고 마는 재산을 마치 영원한 것인양 섬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바람에 흩날리는 겨와도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누구인가? 재물에 자기 생명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 의존하는 사람이다.

 "주여, 당신은 대대로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었나이다... 천녀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같고, 한토막 밤과도 비슷하오니 당신이 앗아가면, 그들은 한 바탕 꿈, 아침에 돋아나는 풀과 같이, 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서 말라버리나이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년, 근력이 좋아서야 팔십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이오니 덧없이 지나가고, 우리는 나는듯 가버리나이다. 날수 셀 줄을 알기를 가르쳐 주시어, 우리들 마음이 슬기를 얻게 하소서. 하느님 우리 주의 어지심이, 우리 위에 내리옵소서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시편 89, 참조)

라고 기도한 것처럼 하느님께 의존하는 사람이요, 하느님만이 우리의 피난처요, 영원한 분이심을 알고 그분을 섬기는 사람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섬긴다고 말하면서 때로는 우상을 섬길 때가 많이 있다. 하느님이 아닌 재물을 또는 하느님이 아닌 자기 자신을, 하느님이 아닌 어떤 사람을, 하느님이 아닌 어떤 물건을, 하느님이 아닌 어떤 자리를 섬기는 경우가 있다. 결국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하느님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무엇을 청하고 어떤 일을 한다면 그것은 우상을 섬기는 것과 같다. 

 

우리가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으려면 하느님을 올바로 알아야겠고 어떻게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올바르게 섬기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우상을 섬기는 경우는 대부분 하느님에 대한 무지함이 때문이다. 하느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하느님이 아닌 다른 우상을 섬기게 되는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즉 어리석은 삶에서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이 시간을 잘 사용해서 어리석은 사람에게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듣고도 계속해서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삶을 산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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