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자란 내가 전원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다 신기했습니다. 도심지의 인위적 공간이 아닌 자연 속에서는 모든 것이 다 생명이었습니다. 벽에 붙은 작은 종이조각을 떼내려 손을 댔다가 호로롱 날아갈 때야 깜짝 놀라 그것이 나비였음을 알게 되었고, 옷에 묻어 있는 먼지까지도 풀벌레였던 경험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눈에 보이는 어떤 점 하나라도 모두가 움직이는 것만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새벽 산책길에 점점이 깔린 수많은 새끼 달팽이들을 미처 못 보고 휠체어로 지나갔다가 후에 그것들이 다 죽은 것을 알았을 때 소름이 끼쳤습니다. 또 새벽에 기도하러 예배당에 올라갈 때면 밤새 쳐놓은 거미줄이 내 몸에 덧없이 무너지는 것을 느낍니다. 미물이지만 그들의 삶이 소리 없이 부서지는 것을 느끼면서 끊임없는 교통사고, 갖가지 산업재해, 천재지변을 비롯해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노출된 우리 역시 언제 어떻게 무너져 우주의 기운 속에 용해되어 버릴지 모르는 존재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계획으로 미래의 삶을 보장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현실적인 보장과 계획에 매일수록 그것은 지혜가 아닌 어리석음이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처럼 더 크게 짓고, 더 많이 쌓아두고 싶을 때 한 번쯤 쌓아둘 장소를 선별해 볼 일입니다. 어디에 쌓아두어야 할지 현명하게 선택할 일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천국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면 천국을 지향하는 가치관과 인생관이 현실 속에 세워져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현실을 초월해 천국의 보화를 생각하며 즐거워하는 영적 삶을 살 때 우리가 언젠가 가게 될 그 궁극적인 천국을 이 땅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가지도 못한다”(마태 6,19-20).
최명숙 목사(군산 베데스다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