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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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느 회장님 . . . . . . [김영교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4 조회수729 추천수12 반대(0) 신고

 

 

 

 

 

 

새로 공소회장으로 임명된 그분은 영세한 지가 오래 되진 않았지만

모든 일에 있어 열성적이고 또 동리에서 뿐 아니라,

면에서도 낯익은 이름이기도 했다.

 

회장이라는 직책의 무거움 때문이었는지

그는 자기일은 젖혀놓고 교회의 일에 더 관심을 보였고

술도 많이 절제하는게 역력했다.

 

술마시지 말라고 회장을 시킨 게 아니냐면서 농담섞인 항의를 하는 것이나,

회장이 되고나니까 술을 덜해서 좋다고 하는 그의 부인 표정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매달 한 번씩 그곳 강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약속하고

첫 번째 찾아가던 날은 비가 몹시도 내렸다.

우산을 받고 나룻배로 강을 건넜을 때,

 

그곳 신자들은 마중을 나와 있었고

그 회장님도 고무신을 신고 물에 철벅거리며 마중을 오고 있었다.

비 때문에 방문이 취소되는 줄 알고

온 종일 기분이 나지 않았다면서 반가와들 했다.

 

비가 억수처럼 퍼붓는데도

다 낡은 강당에는 신자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려니 장화 속에 빗물이 그득 차 있었다.

 

그 와중에도 주일학교 교사를 뽑아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교리 교육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여 제출하는 것을 보니

한 마디로 흐뭇하기만 했다.

 

그렇게 신자들 모두가 열의를 합해 가고 있던 어느 날,

공소 예절을 마치고 나오다가

갑자기 회장님이 고혈압으로 쓰러져 의식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허겁지겁 달려가 보니

겨우 의식만을 회복한 채

언어 감각을 상실하여 말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떠듬거리며 공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공소가 작고 너무 헐어서 다시 지어야 할 터인데

눕게 되어 큰 일이라는 뜻의 말을 안간힘을 써가며 하고 있었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하면 건강에 해로우니

걱정하지 말라고 단단히 부탁을 했지만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분이 그렇게 쓰러져 눕게 되자

공소 신자들 모두 가장을 돌보듯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로 차츰 차도가 보여

이제는 일어나 조금씩 걸을 수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또 월례미사 일정이 다가와

다시 방문하는 날이었다.

 

모두들 바쁜 일손들이었고  몹씨도 뜨거운 날씨였다.

본당에서 회장님 몇 분들과 함께 자전거로 공소로 향하면서

다 함께 그분의 건강을 비는 마음이었다.

 

마을 어구에 이르니 언젠가 비오던 날,

철벅거리며 마중을 나오던 그의 모습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우선 누워계실 회장님 댁에 들렸다.

 

그러나 막상 환자는 보이지 않았다.

종을 치러 강당에 올라갔다는 부인의 말이다.

바로 그 순간과 거의 동시에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들의 모습이 길가에 나타나자

그는 마중 대신 강당에 올라가 종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달리듯 강당으로 가보았다.

 

종각 밑에서 그는 힘들여 줄을 잡아당기며 종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뛰어오는 나를 보자

시선을 잃은 듯이 멍한 표정으로 종을 몇 번인가 더 치더니

줄을 힘없이 놓으며

더듬더듬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나오면서

갑자기 그는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저 혼자저 뎅그렁거리고 있는 종을 뒤로 한채 ... ,

 

그의 뜨거운 손이 내게 닿는 순간,

함성이 일 듯

고동치는 마음을 억제해야만 했다.

 

                                                 -  [가난한 마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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