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천리향 / 정채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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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0-26 | 조회수795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천리향 꽃 자매여, 미안하다 하마터면 내 욕심이 널 해할 뻔했구나.
그 꽃은 향기가 천 리까지 미친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 불리었다.
장미처럼 화관이 크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라일락처럼 향기가 무럭무럭 솟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기 손톱만치 작은 풀꽃.
향기도 지극히 미미할 뿐이었다. “쟤 이름이 천리향이래.” 다른 꽃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는 걸맞지 않은 자기 이름이 늘 불만이었다. ‘토끼풀이라든지, 며느리밥풀이라든지. 그렇게 쉬운 이름을 주실 것이지, 이렇게 어울리지 않은 이름을 주시다니… . ‘
그러자 잔디가 곁에서 타일렀다. “하느님께서 이름을 주실 때는 어떤 뜻이 있어서 일거야. 기다려 보렴. “
어느 날이었다. 키가 작고, 맨발로 걷는 한 사람이 자나다가 이 꽃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 치는 순간 꽃은 저보다도 맑은 그 사람의 눈에서 하늘 바람을 느꼈다.
그 사람의 손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나를 꺾으려는 것이겠지. 당신도 별수 없는 사람이군요. ‘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 사람이 갑자기 마음을 돌이킨 것이다. “꽃 자매여, 미안하다. 하마터면 내 욕심이 널 해할 뻔했구나. “
꽃은 향기를 모두 내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을 좇아 산을 넘고 내를 건넜다. 마침내 천 리를 떠나 온 그 사람한테서는 아직도 은은히 꽃향기가 나고 있었다.
- 바람의 기별 中에서 / 정채봉
천사의 나라 / A Comme Amour/Richard Clay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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