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6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에페3,14-21 루카12,49-53
분열 과정을 통한 참 평화
오늘 말씀 묵상 중 문득,
예전에 읽은 ‘눈 속에서의 3개월’이란 책에 나오는
‘나뭇잎 하나도 하느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구절과,
나치에 저항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저명한 신학자 본 훼퍼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두가 하느님의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 허락 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란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결국은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공동체는, 이상적인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화가 이상이라면, 분열은 현실입니다.
분열 역시 하느님의 뜻은 아닐지 몰라도,
하느님 허락 하에 펼쳐지는 현실일 것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나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오늘 복음의 주님의 말씀은
몹시도 우리를 불편케 하고, 마음을 휘저어 놓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사람, 예언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살아있는 공동체나 개인은
불 꺼진 차고 어두운, 타성에 젖은 안주의 공동체나 개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느님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공동체나 개인입니다.
우리 수도공동체가 매일 끊임없이 바치는 미사와 성무일도가
하느님의 불로 끊임없이 타오르는, 살아있는 공동체로 만들어 줍니다.
살아있는 공동체나 개인의 평화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인 평화가 아니라,
늘 분열이 내재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역동적 평화입니다.
사실 어느 공동체나 개인의 내적 현실을 봐도 정도의 차이일 뿐
분열되지 않은 공동체나 개인은 없습니다.
부정적 비관적 분열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참 평화에 이르는 창조적 분열의 과정으로,
긍정적 관점에서 봐야할 것입니다.
분열 중에도 주님 주시는 평화가 있어 한 몸의 공동체로 살아갑니다. 창조적 분열 과정 중에 진리는 투명하게 드러나고 참 평화에 이르게 됩니다.
분열을 올바르게 식별하여
포용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주님의 평화입니다.
1독서 바오로의 말씀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아버지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우리의 내적 인간이 당신의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우리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뿌리내려 그것을 기초로 삼아 살게 하십니다.’
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함으로 우리를 충만하게 하십니다.
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온갖 충만함의 용광로 안에서,
온갖 분열은 녹아 참 평화에 이르게 됩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 시간에
주님은 우리를 하느님의 온갖 충만함으로 충만하게 하시고,
참 평화를 선사하십니다.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나이다.”(시편130,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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