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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패자의 눈물을 닦아주자 / 최기산 주교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7 조회수724 추천수6 반대(0) 신고
                   

                

                   패자의 눈물을 닦아주자

 

   승리


   월드컵의 열기가 후끈거릴 때였다. 토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렀었다. 직원들의 머리에 빨간 띠가 질끈 동여져 있었고 얼굴엔 멋지게 페인트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상의는 말할 것도 없이 빨간 셔츠다. 직원들의 눈망울마다에, 오늘이야말로 결전의 날이요, 승리해야 하는 날이라고 쓰여 있었다.


   국민의 소망이었는지 우린 이겼다. 그리고 노래했다. 그러나 토고는 울었다. 가련한 그들을 어찌하랴! 가난한 백성들의 한 가닥 희망을 꺾은 것은 우리 팀이다. 그들은 좌절했을 것이다.


   한 가난한 젊은이가 권투선수가 되어 배고픔을 해결하고 출세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매일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했다. 그러나 정작 돈을 받는 게임에서 코뼈가 부러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KO 패했다. 상대방은 겅둥겅둥 뛰면서 좋아하는데 자신의 처지는 너무나 초라하고 서러웠다. 그는 울고 또 울며 결심했다. “나는 승리하더라도 기쁨을 감추리라.”


   도전 또 도전 끝에 챔피언이 되던 날, 그는 승리했다고 날뛰지 않았다. 자신의 승리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슬픔을 안겨주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모든 경기가 그렇고 모든 경쟁이 그렇다. 우리가 승리로 기뻐할 때 상대는 울고 있음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승리하는 길은 무엇일까? 높은 산을 정복하는 것, 병과 싸워서 승리하는 것, 즉 자연과 싸워서 승리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


   사람들 간의 대결에서도 악과는 싸워 이겨야 한다. 불의와 부정과는 싸워 이겨야 한다. 기쁨의 춤을 춰도 된다. 태초에는 선과 악의 대결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이 범죄 한 때부터 선과 악의 대결 상황을 맞게 되었다.


   사람은 선을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 악에게 승리해야 한다. 구약의 역사는 하느님을 의지하고 살 때 항상 악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느님께서는 악의 결과인 죽음을 이겨낼 수 있는 길,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 승리자이신 예수님을 보내주셨다. 그분은 승리하러 오신 분이시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 33)라고 말씀하셨다.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다. 100년을 산들 영원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티끌도 안 된다. 인생의 진정한 승리는 영원히 사는 것이다. “승리하는 자는 마치 내가 승리한 후에 내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옥좌에 앉은 것같이 나와 함께 내 옥좌에 앉게 하여 주겠다.”(묵시 3, 21)


   예수님은 우리가 인생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신 분이다.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시험에서 일등 했다고, 기뻐할 수는 있으나 이웃의 슬픔을 헤아리는 마음이야말로 참 승리를 누릴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인생의 궁극적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구세주로 오신 승리자 예수님과 함께 인생의 영원한 승리는 가능하다.


   가자, 그분께. 


                         - 최기산 주교(인천교구 교구장)

 

                    
                                   Amazing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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