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맑은 하늘 속에 비친
내 영혼을 들여다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삶에 남아 있는
무수한 얼룩들을 보게 하시고
눈물로써 그 얼룩을 씻게 하소서.
가을엔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에게서
가난한 마음을 배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안의 욕망을 거두게 하시고
그 자리에 영원의 향기를 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무심히 지나치던
보잘것없는 것에도 감사하게 하소서.
가을엔 고독의 심연 안에서
깨달음의 꽃을 피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 고독 안에서 당신을 위한
영원의 등잔을 환히 밝히게 하소서.
2007년 다이어리에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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