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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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6-10-29 | 조회수984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10월 29일 연중 제30주일-마르코 10장 46-52절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한 시각장애우의 하루를 동행해드리면서 그분들이 얼마나 힘겹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그분들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요즘 같이 다양한 자연의 볼거리로 충만한 가을의 정취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모시고 걸어가면서 계속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가을의 분위기를 설명해드렸는데,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아 그래요?” “예, 그렇겠군요”라고만 대답하셨습니다. 우리가 눈만 뜨면 공짜로 구경할 수 있는 청명한 가을하늘이나, 단풍으로 불붙는 가을 산이나, 한들한들 흔들리는 코스모스, 감나무...이런 모든 것들이 그분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여쭈었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은행도 가야하고, 동사무소도 가야하고, 친구들도 만나야하는데, 나갈 때 마다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도로를 건너다닐 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인파사이를 걸어 다닐 때, 수시로 부딪치고, 넘어지고, 피해를 입어도 앞이 보이지 않으니 대책도 없고...정말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즉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환한 아침입니다. 그리고 빛과 더불어 시작되는 하루입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아침에도 캄캄, 점심때도 캄캄, 저녁이 와도 캄캄...인생 전체가 어둠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처럼 답답한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리코라는 지방을 떠나가실 때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힘을 다해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웬 거지가 나타나서 난리냐? 조용히 해라”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바르티매오의 태도를 눈여겨보십시오. 한번 매달려보고 안되면 말지 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간절합니다. 이제 놓치면 마지막이라는 애타는 마음으로 외칩니다. 연민으로 가득 찬 예수님의 음성을 들으니 시각장애로 인해 서러웠던 지난 세월이 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떠올랐을 것입니다. 시각장애로 재산 다 날리고, 인간사회로부터 추방당하고, 짐승처럼 살아왔던 지난 세월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더 낫다고 마음먹은 적도 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바르티매오였기에 체면불구하고 또 다시 있는 힘을 다해 외칩니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자비 지극한 예수님, 연민 가득한 예수님이셨기에 참으로 불쌍한 바르티매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걸음을 멈추십니다. 가련한 바르티매오를 유심히 바라보십니다. 시각장애로 인해 평생 동안 그가 겪어왔던 서러움, 고통 앞에 함께 눈물 흘리십니다. 이윽고 자비의 손길을 바르티매오에게 펼치십니다. 인생의 막장에서,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간절히 부르짖는 바르티매오의 외침 앞에 마침내 예수님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권능의 손을 그에게 펼치십니다. 자비의 팔을 그의 어깨에 두르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르티매오의 새 삶을 한번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한 메시아임을 굳게 믿는 확고한 신앙이 결국 기적을 불러왔습니다. 오늘 우리 역시 치유 받은 바르티매오처럼 주님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눈을 뜨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보란 듯이 새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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