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여름 수련회마다 밤잠을 설쳐가며 월요일 새벽에 출발해 참석합니다. 신앙수련회에 우리와 함께 떠나려면 그곳 경기도에서 이곳 전라도까지 전날인 주일 밤에 와서 자면 서로 여유가 있을 텐데 왜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해 여름에도 내일 새벽 차로 내려오겠다는 그 아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등학생인 그 아이와는 아들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터라 “내일 새벽 차로 오려면 잠도 설치고 피곤할 테니 오늘 저녁 예배를 마치고 와서 자고 우리와 함께 출발하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 말하자 그 아이는 “오늘은 주일이라서 안 돼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그 아이가 주일 예배드리는 외에 또 다른 특별한 일이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주일에는 여행이나 매식을 금해야 한다고 교회에서 배웠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주일 자정이 넘어야 여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 안식일에 대한 개념이 이렇게 잘못 인식되고 있음은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유다인들은 안식일에는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르지 않고 다른 사람이 누르기를 기다렸다가 탄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믿는 하느님은 과연 어떤 하느님일까요? 신동엽님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 네가 본 건, 먹구름/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네가 본 건, 지붕 덮은/쇠항아리/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닦아라, 사람들아/네 마음속 구름/찢어라, 사람들아/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은 어떤 하늘인지요? 혹시 먹구름이나 쇠항아리를 하늘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최명숙 목사(군산 베데스다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