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 복음묵상]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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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0-31 | 조회수83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 김성규 신부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현시대를 가리켜 ‘자기 PR(Public Relations) 시대’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튀어야 산다’는 말도 나왔으며, 평범함을 거부하면서 독특하고 희귀한 것만을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등’만을 치켜세우고, 무엇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매스컴도 이런 세태를 잘 반영한다. 공부나 대학도 일류, 기술도 일류, 운동도 일류, 심지어 도둑질이나 사기도 일류가 되어야 매스컴에 떠들썩하게 날 수 있는 세상이다.
이 판에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소개하신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의당, 하느님의 나라는 광대무변하니 아무래도 그렇지. 겨자씨와 같다니. 아뿔싸. 겨자씨가 땅에 뿌려진다(마태 13, 31-32에서는). 겨자씨뿐만이 아니라 모든 씨앗이 스스로 뿌려질 곳을 택하여 뿌려지는 법이 없다. 바람에 날리든, 사람이 땅을 갈고 뿌리든, 씨앗이 뿌려지는 데는 씨앗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다. 자기는 좋은 씨니 좋은 땅에 뿌려 달라거나, 자기는 귀한 씨니 싹이 잘 트게 해 달라거나, 소출을 많이 낼 수 있도록 충분한 거름을 달라는 등의 ‘청원기도’를 올리는 법이 없다. 씨앗이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밭이든 기름진 땅이든 뿌려진 자리에서 뿌려진 대로 자랄 뿐이다. 그리고 씨앗을 뿌려놓고 언제 싹이 돋나 어떻게 자라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과정을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란 싹이 돋아나 밭을 가득 채운다. 새싹은 농군도 모르는 사이에 자란다(참조. 마르 4, 26-29). 하느님의 나라도 그렇게 우리 마음 안에서 자라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 마음 안에서 소리없이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자라고 있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자기 몸에 안고 태어나며 그 씨앗은 점점 자란다. 하느님의 나라는 지상에서의 생명을 끝낸 다음 이미 들어가는 어떤 나라가 아니라 처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모든 인생에 뿌려져 있다. 하느님 나라의 씨앗은 모든 이들 안에 뿌려져 그 안에서 자라고 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내 안에, 이 세상 안에 뿌려져 자라고 있다.
천국을 이야기한다면서 지옥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고, 천국에 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운 사람, 악한 사람을 만들고,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을 멀리하고 있다. 사랑을 부르짖으면서 미운 사람을 만들고,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불의한 자를 만들고, 선을 강조하면서 악을 만든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복음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그 마음으로 선과 악, 밤과 낮, 밝음과 어둠을 대하게 한다. 세상을 창조 그대로 바라보는 너그러움을 갖게 한다. 선과 악, 밀과 가라지를 가리는 마음을 하느님께 맡기도(마태 13, 30) 살게 한다. 선과 악을 가리실 분은 하느님 한 분뿐이시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누룩은 밀가루를 만나야 제 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누룩은 누룩일 뿐이며, 밀가루는 밀가루 일 뿐이다. 누룩을 가져다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어줄 이가 있어야 한다. 사실 제 잘난 맛에 우쭐거리며 혼자서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 그분의 손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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