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든든한 후원자 ㅣ 권상희 수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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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1-02 | 조회수720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든든한 후원자
오늘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이름 하여 '아름다운 청년', 그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왜냐면 천사 같은 마음과 눈망울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 청년은 51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젠 퇴소해 어느 구청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지요. 오늘 가족들과 함께 이곳 수도군단을 방문했습니다.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제게 뭔가를 상의하고자 했습니다. 훈련소에서 개신교는 맛있는 간식을 많이 주는데, 천주교는 간식이 좀 열악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찾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는 농담 어린 목소리로 "그럼 네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 간식 많이 사줄 수 있게 도움 주면 되잖아" 했더니, 그때는 너무 늦으니 지금 군대에 있을 때 뭔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까지도 그냥 농담으로 "그럼 네가 용돈 아껴서 한 달에 오천 원씩만 도와주면 그것으로 훈련병들 사탕 사줄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으니 매달 조금씩 나오는 월급으로 저를 돕겠다면서 말입니다. 상여금이 나오면 조금 더 보내준다고도 했습니다. '감동~ 감동….'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개 훈련소 때 기억은 자대에 가면 까맣게 잊는다고들 하는데 이 아름다운 천사 청년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늘 제 마음은 너무나 흐뭇했습니다. 헤어질 때 "이제 나도 후원자가 생겨서 너무 행복해"라고 했더니 자신은 후원자가 아니라 '투자자'라고 합니다. 대개 투자는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인데 이번 투자는 이 세상에선 받을 수 없는 것이니 어쩌지요?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청년은 이 세상에서 받을 몇 배의 대가를 하늘에 쌓아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요 며칠 새 마음이 불편한 것이 있었는데, 그 아름다운 청년의 따뜻한 마음씨 덕에 내 마음도 눈 녹듯 다 풀렸습니다. 사람이 불편해서 내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가 이렇게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찬미합니다.' 이젠 이 기도를 아름다운 청년 덕분에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다, 민섭아!" - 권상희 수녀 / 군종교구 안양 충의본당, 인보성체수도회
Pete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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