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잔치 분위기에서 자랐다. 큰집이라 때만 되면 친척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큰 명절, 9번의 제사, 어른들의 생신과 기념일 등을 대비해 김장 때면 배추김치만도 500포기나 담았다. 잔칫날은 어른들의 관심을 받고 용돈 받는 재미로 더 기다리곤 했다. 잔치 다음날 저녁 무렵이면 동네를 지나가던 사람들도 쉽게 들락거리며 먹고 즐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초대장을 보내는 일도 없었고,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올 사람은 빠짐없이 다 왔다.
오늘 복음에서 큰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은 손님들이 나름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초대장을 보냈을 터이므로 잔치가 시작되기 직전에 종들을 보낸 것은 두번째 초대일 것이다. 앞서 응한 초대를 뒤늦게 거절하는 이유가 모욕적이다.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그들은 초대한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초대에 담긴 우정과 명예를 하찮게 여기고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곧 재산·일·아내를 선택한 것이다. 예수님은 비유를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인간의 저항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천명하신다.
예수님은 스스로 특권을 받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하신다. 초대를 거절한다면 하느님 나라의 만찬은 결국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말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명예나 체면까지 포기하시고 거리에서 모아들인 가난한 사람들과 식탁을 함께하시는 분이다. 오늘도 여러 모양으로 건네시는 주님의 초대를 귀하게 여기고 기꺼이 응하는 마음 준비를 해야겠다.
김희자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